(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거침없는 기업 사냥에 제동이 걸린 중국 하이항(海航·HNA) 그룹이 잇따른 자금 경색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26일 보도했다.
그룹의 주요 자회사인 톈진톈하이투자(天津天海投資)는 25일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은행 계좌가 최근 일시 동결된 바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 2016년 미국의 전자제품 물류 회사인 잉그럼 마이크로를 60억 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지난 2015년 HNA그룹에 인수된 스위스의 항공화물처리업체 스위스포트는 하루 전인 24일 자금 조달을 위해 올해 하반기에 스위스 증시를 통한 기업공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HNA그룹의 부동산 개발 자회사는 그룹의 본거지인 하이난(海南)성의 구(舊)공항 재개발 사업에 참여할 파트너를 물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언론에 보도된 사업 매각설은 일단 부인했다.그룹 계열사들에서 나온 일련의 뉴스는 HAN그룹의 자금 흐름에 문제가 생겼다는 우려를 증폭시켜 차입비용이 치솟는 결과를 초래했다.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홍콩 채권시장에서 올해와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HNA그룹의 회사채 3종의 가격이 급락했고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20% 이상으로 급등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자금 압박을 가리키는 신호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중국 증시에 상장된 HNA그룹 산하의 16개 자회사 가운데 7개사는 현재 자산 재편을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주식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홍콩 컨설팅 회사인 GMT 리서치의 나이젤 스티븐슨 애널리스트는 "그들은 분명히 유동성 압박을 받고 있고 이곳 저곳에서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논평했다.
HNA그룹 경영진은 유동성에 우려가 있다는 관측에 대해 중국 기업들의 설날을 앞두고 통상적으로 맞이하는 현금 흐름의 압박으로,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톈진톈하이투자의 공시에 따르면 닝보(寧波)통상은행과의 분규로 인해 지난 12일 그룹 자회사인 HNA테크놀로지(海航科技)가 소유한 3개 은행의 계좌들이 동결됐다. 회사 측은 그러나 이 은행과의 원만한 협상을 통해 15일 거래정지가 풀렸다고 말했다.
스위스포트는 기업공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는 동시에 회사채가 상장된 룩셈부르크 증시에 제출한 별도의 공시를 통해 HNA그룹에 2월 6일을 만기로 한 초단기 대출을 제공한 바 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애널리스트들과 투자자들은 HNA그룹이 계열사들을 동원, 유동성 갭을 메우는데 스위스포트가 조력하는 셈이라고 보고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스위스포트가 성공적으로 기업공개를 마친다면 HNA그룹이 자체 유동성을 위해 그 수익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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