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협회 '개정안 철회' 의견 제출
(서울=연합뉴스) 전명훈 기자 = 정부가 상장기업에 투자한 외국인에 대한 과세 범위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외국계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투자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금융투자협회는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에 해당 법안을 철회해달라는 의견을 제출했다.
28일 다국적 투자은행 A사의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들은 점잖게 얘기하면 '쇼크'에 빠져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인데 이번 세제개편안은 어마어마한 불확실성을 키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발표한 '2017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외국법인)은 상장 주식을 5% 이상 보유하면 차익에 대해 11%의 세율로 양도세로 내야 한다. 이 양도세 규정은 그동안은 상장 주식 25% 이상 보유자에 대해 적용해왔다.
정부는 이번 세제 개편으로 외국인 투자가 줄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 "조세 조약이 체결된 대부분 국가에서는 거주지 과세가 원칙"이라며 "시행령 개정은 조약이 체결되지 않은 일부 국가에 관한 것들이어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해왔다.
그러나 문제는 과세 대상의 많고적음에 있는 게 아니라 증권사가 이 세액을 원천징수해야 한다는 데 있다고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불만을 숨기지 않고 있다.
증권사가 외국인 주식투자자로부터 세금을 원천징수하려면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해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지, 국적은 어디인지 등을 파악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 금융투자회사 관계자는 "5%와 25% 지분은 차원이 다르다"며 "기존 제도에서처럼 2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은 경영 참여 목적으로 주식을 취득한 경우가 많아 시장에 존재가 알려지지만 5% 지분이라면 파악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해외 고객이 많은 다국적 B 투자은행의 한 임원은 "증권사 입장에서는 국세청 추징금을 리스크로 짊어지고 원천징수를 포기하거나 리스크 관리를 위해 아예 모든 외국인에게 11%의 세금을 우선 매겨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고 주장했다.
유럽계 C 투자은행 관계자도 "주식시장 활성화를 바라는 정부가 이런 세제개편안을 만들었다는 것은 시쳇말로 '스튜핏'한 짓"이라며 "거래 때마다 지분을 파악해야 한다는 건 거의 재앙"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 업계는 정부가 이번 개정안을 철회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개정안을 아예 철회해 달라는 의견을 제출했다"며 "웬만하면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의 정책 발표에 정면으로 맞서지 않는데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의견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