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결핵자 16%만 치료에 응해…"보건정책 재검토해야"

입력 2018-01-28 08:02  

잠복결핵자 16%만 치료에 응해…"보건정책 재검토해야"
부산지역 잠복결핵 7천500명 중 1천200명 치료…치료중단 9.5%에 달해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부산지역에서 잠복결핵 양성자로 판명된 사람 가운데 투약 치료를 희망한 사람은 불과 1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중 투약을 중단한 경우도 10% 가까이 달해 자칫 결핵균에 대한 내성만 키워 결핵감염률을 줄이려고 시작한 잠복결핵 검진사업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8일 부산시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잠복결핵 검진사업을 통해 검진을 받은 사람은 4만9천577명이다.
이 가운데 15.2%인 7천542명이 잠복결핵 양성자로 판명됐다.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가운데 양성자 비율은 28.9%(1천227명)로 직종 중 가장 높았다. 어린이집 종사자 중에는 19.3%(1천897명)가 양성자로 나타났다.



잠복 결핵은 증상이 없고 타인에게 전파되지는 않는다. 다만 나중에 결핵 발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5∼10% 선에 이른다는 것이 학계의 통설이다.
문제는 이들 양성자로 판명된 사람들 가운데 약물치료를 받기를 희망한 사람은 16.6%(1천252명)에 그쳤다.
잠복결핵을 치료하려면 1∼2가지 항결핵제를 3∼9개월간 복용해야 한다. 투약 기간이 길고 약도 독한 편이어서 고통이 뒤따른다.
이런 이유 등으로 117명(9.5%)은 중도에 치료를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항결핵제 투약 중에 치료를 중단하면 결핵균에 내성이 생겨 치료가 힘들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약사 출신인 부산시의회 정명희 의원은 "잠복 결핵 양성자 비율이 15% 선에 그치고 그나마 양성자로 판명된 사람들 가운데 16%가량만 치료를 받는다면 굳이 이 사업을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더구나 치료 중에 투약을 중단하는 경우 결핵균의 내성만 키워 줄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며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이 사업을 이 같은 방식으로 계속해야 하는지를 국가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2016년 결핵안심국가 실행계획을 수립해 2017년부터 의료기관·어린이집·사회복지시설 종사자, 병역판정검사 대상자, 고등학교 1학년 등을 대상으로 잠복결핵 검진사업을 하고 있다.
부산의 한 보건소 관계자는 "잠복 결핵자에게 약물치료를 권유하면 '도대체 약을 먹으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반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투약지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부산시 보건 담당 직원도 "잠복 결핵자가 약물치료를 받았더라도 이후 직접 결핵균에 접촉하면 결핵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이 사업이 얼마만큼의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ljm70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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