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대부분 고령에 거동 불편해 피해 커…대부분 유독가스 질식사
1층 응급실 쪽 발화 추정…27일 경찰·국과수 등 합동 감식
(밀양=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사망자 29명과 40명의 부상자를 낸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가 발생한 지 한 달여 만인 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에서 불이 나 37명이 숨지고 143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사가 또 발생했다.
이는 최근 10년 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 가운데 사상자 숫자 면에서 역대 최대 규모다.
사망자로는 40명이 숨진 2008년 경기 이천 냉동창고 화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피해를 냈다.
세종병원에는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환자들이 많았던데다 초기 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스프링클러 등이 설치돼 있지 않아 피해가 컸던 것으로 지적된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에 불이 났다는 신고가 들어온 것은 이날 오전 7시 32분이었다.
구조대원이 신고 3분 만에 도착했을 당시엔 1층이 이미 짙은 연기와 화염에 휩싸여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구조대원들이 2층 창문 등을 통해 병원 안에 있던 입원 환자 등을 차례로 구조, 밀양·창원 등지 병원 여러 곳으로 이송했다.
당시 세종병원에는 입원 환자 83명, 당직 의사 등 9명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세종병원에서 진압·구조를 하는 한편 맞붙은 세종요양병원 환자 94명 대피작업도 함께 벌였다.
이날 화재로 숨진 사람은 오후 9시 현재 박모(96·여) 씨 등 37명이다.
사망자 중 34명이 입원 환자였고 구조 당시 주로 1·2층, 일부는 5층(4층 없음)에 있었던 것으로 소방당국은 파악했다.
경찰은 사망자 신원과 병원 입원 내역을 비교해 사망자 중 2층 입원 환자가 18명, 3층 환자가 8명, 5층 환자가 8명으로 확인했다.
이들 중 남자는 3명, 여자는 34명이었고, 80·90대가 26명으로 가장 많았다.
환자 외에 병원 의사(61)와 간호사·간호조무사 등 병원 관계자 3명도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37명 사망자 시신에는 모두 탄 흔적이 없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이들이 중앙 계단 등을 통해 번진 화재로 인한 유독가스를 흡입해 질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중상자는 7명, 경상자는 136명이다.
경상자 중에는 세종요양병원 환자 일부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2시간여 만인 오전 9시 29분께 큰 불길을 잡고 오전 10시 26분께 불을 모두 껐다.
불은 건물 1층 전부를 심하게 태웠고, 나머지 층에는 그을음만 번진 것으로 파악됐다.
불이 난 세종병원 건물은 관련 법상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소방당국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이 거동이 불편한 고령의 환자였기 때문에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사망자 신원 확인을 마무리하는 한편 화재 원인 등 조사를 위해 병원장 등 병원 관계자 3명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일단 1층 응급실 쪽에서 불이 시작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발화 지점과 원인을 확인 중이다.
경찰은 해당 응급실 부근 탕비실이 전열기구를 갖춘데다 취사가 가능한 공간이었다는 병원 관계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앞서 응급실 CCTV 화면 시간과 내용을 토대로 오전 7시 25분께 응급실에서 연기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27일 오전 10시께 현장에서 본격 감식에 착수한다.
k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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