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문화 사라지고 '칼퇴근'…업무강도 세졌다는 목소리도
(서울=연합뉴스) 정열 강종훈 정빛나 기자 = 신세계그룹이 대기업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지 약 한 달이 됐다.
우리나라의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지만,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신세계 임직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 7시간만 근무한다.
업무 특성에 따라 8시 출근 후 4시 퇴근, 10시 출근 후 6시 퇴근 등으로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
근무시간 단축제를 시행한 지 한 달 가까이 지난 지금 이러한 변화를 놓고 신세계 내부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28일 "근무시간이 짧아진 만큼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집중 근무시간 등을 운영하면서 업무 생산성은 오히려 높아졌다"며 "직원들도 야근문화가 사라지고 '칼퇴근'이 정착되면서 삶의 질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신세계가 '9-to-5제'를 시행하면서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는 다양하다.
이마트는 오후 5시 정시 퇴근을 위해 5시 30분 'PC 셧다운제'를 도입했다.
사전에 담당 임원 결제 없이는 PC가 재부팅되지 않아 무분별한 야근이 불가능하도록 했다.
또 야근이 잦은 부서를 공개하고 해당 임원·부서장에게는 벌칙을 부과한다.
이마트는 제도 시행 전인 지난달에는 본사 전체 인원의 32% 수준이던 오후 6시 30분 이후 퇴근자가 이달 들어서는 0.3%(5명)로 대폭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마트 경영관리팀 윤모(36) 과장은 "사내 어린이집에 쌍둥이 아들 둘이 다니는데, 이전에는 아이들이 오후 6시께 어린이집에서 저녁식사를 했지만 올해부터는 오후 5시 아이들과 함께 퇴근해 저녁을 먹을 수 있게 돼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제도 시행과 함께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이달부터 오전 10시부터 11시 30분까지,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집중 근무시간을 운영 중이다.
이 시간에는 업무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흡연실을 폐쇄하고 '커피 마시며 잡담하기' 등도 가급적 자제하도록 유도한다.
이 때문에 일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뒤부터 노동강도가 세졌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는 주 35시간 근무제 시행 뒤 노동강도가 크게 높아졌고, 이로 인해 근로자들의 이마트지부 가입이 늘어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업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집중 근무시간을 운영하는 등 근로여건이 바뀌다보니 그렇게 느끼는 직원들이 있을 수 있다"며 "하지만 '저녁있는 삶'을 누리게 되는 등 긍정적 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에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또 기존에는 매주 금요일 오전 8시부터 대표이사 주관으로 기본 2시간 이상 진행하던 임원회의를 '9-to-5제' 시행 뒤에는 회의 시작시간을 오전 9시로 늦추면서 진행 시간 역시 새로운 회의문화 지침인 한 시간을 준수하도록 했다.
영업 현장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이마트는 올해부터 상품이 점포로 입고되는 단계에서 상품 분류 담당 직원들의 업무 생산성 향상을 위해 '카테고리 배송 시스템'을 도입했다.
과거 이마트 점포의 검품 담당 직원들은 물류센터에서 배송된 상품이 크게 4종류로 분류돼 입고됐기 때문에 카테고리 별로 상품을 재분류해야 했다.
하지만 '카테고리 배송 시스템'을 도입한 뒤부터는 물류센터에서 3∼4가지로 분류하던 상품 카테고리를 7∼8가지로 확대해 점포 사원들의 분류 작업 시간을 줄였다.
업무 효율화 가능성을 확인한 이마트는 올해 들어 전체 145개 점포 중 제주 지역 3개 점포와 경영제휴 점포 4개점을 제외한 138개 점포로 카테고리 배송 시스템을 확대해 상품 재분류 소요 시간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이마트는 이밖에 점포 계산원의 업무 편의를 지원하기 위해 올해부터 계양점과 포천점 등 40개 점포에 계산원 대기실을 증설했고, 추가로 21개 점포에 대기실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천안서북점 등 8개 점포에서 3개층으로 나뉘어 있는 계산대를 2개층으로 줄이고, 여수점, 흥덕점 등 25개 점포에서는 2개층으로 분산된 계산대를 1개층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마트는 계산원 대기실 증설과 다층 구조 계산대 효율화 작업을 거쳐 계산원들의 업무 편의 증대와 고객 서비스 개선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프라퍼티, 신세계디에프,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다른 계열사에서도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는 전자문서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면서 바이어와 매장 근무자들이 3주간 야근하면서 작업해야 했던 계약서 10만건의 작성 시간을 10분의 1로 대폭 줄였다.
신세계프라퍼티는 '똑똑한 회의'를 목표로 회의시간 기준을 30분으로 정하고 최대한 1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는 '스마트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신세계디에프는 생산성 향상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계속 개선해 나가고 있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올해부터 연장근무가 사라지면서 직원들이 개인시간을 활용할 수 있게 돼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신세계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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