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된 메신저 등도 도청하는 트로이목마 프로그램 개발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독일 수사기관이 텔레그램이나 왓츠앱을 비롯해 암호화된 메신저 등도 들여다볼 수 있는 도청기술을 사용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독일 언론이 보도했다.
공영 북부독일방송(NDR), 서부독일방송(WDR)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SZ) 공동 탐사보도팀은 정보기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이같이 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연방범죄수사청(BKA)은 지난해 이른바 '국가기관이 사용하는 트로이목마 프로그램' 개선작업을 진행, 최신판을 만들었다. '트로이목마'는 컴퓨터 등에 주인 몰래 심어져 원격으로 시스템에 접근하는 악성 프로그램이다.
BKA가 만든 최신판은 스마트폰이나 PC 등 통신기기에 심어져 암호화된 메신저 서비스들의 내용이나 용의자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통신신호들을 가로챌 수 있다. 도청 방법으로, 예컨대 화면에 나타나는 문자나 그림 등을 사진으로 찍어서(스크린샷) 수사당국에 전송하는 방법 등이 있다는 것이 NDR 등의 설명이다.
메선저 앱이 메신저에서 주고받은 내용을 자동 암호화해 송신하기 전 단계에서부터 원래의 샘물에 빨대를 꼽았다는 뜻에서 BKA의 최신판은 '원천-통신감시(Quellen-TKU) 기술로 불린다.
암호화 기술이 발달하면서 텔레그램을 비롯해 암호화된 메신저들은 뛰어난 보안기능 때문에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범죄자나 테러리스트들도 이를 애용하고 있어 수사기관들이 골머리를 앓아왔다.
페터 프랑크 독일 검찰총장은 지난해 암호화 기술의 확산 때문에 독일 검찰은 모니터 대상 통신 내용의 15%만 감청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수사관들은 따라서 이 '원천-통신감시(Quellen-TKU) 기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NDR 등은 보도했다.
BKA는 2017년 예산에 '작전 IT시스템' 개선 자금으로 5천만 유로(약 663억원)를 배정했으며, '원천-통신감시(Quellen-TKU) 기술 개발비도 여기에 포함됐다. 당시 BKA는 이 기술을 '제3의 생산라인'이라고 명명했는데, 이는 데스크톱과 랩톱 컴퓨터 감청 기술에 이어진 것이라는 뜻으로 알려졌다.
독일에선 수사기관들의 트로이목마 프로그램 사용이 사생활 침해를 비롯해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비판이 강하게 일었다. 2008년엔 헌법재판소가 트로이목마 프로그램 사용에 위법적 측면이 있다고 결정했다.
이후 여러 제도 개선과 보완 장치가 마련된 이후에야 수사기관들이 사용을 허용했다. 그러나 2016년 7월 프랑크 검찰총장은 "헌재 결정이 존재하므로 사용이 허용되지 않은 것"이라는 개인 의견을 밝히며 "검찰은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017년 여름 연방하원은 이 같은 스파이웨어 사용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 줬으며, 이후 수사기관들은 암호화된 전화통화도 감청할 수 있게 됐다.한편, 공영 ARD방송은 여러 나라 정보기관들은 스마트폰 제조업체나 앱 개발자들에게 정부기관들이 암호화 기술 등 보안장치를 우회할 '뒷문'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에 독일 정부는 이런 해결책을 거부하고 대신에 수사기관들이 스마트폰에 트로이목마 바이러스를 심는 등 기기 자체에 침투하는 능력을 강화하는 방식을 선호해왔다고 이 방송은 덧붙였다.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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