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열흘 넘게 폭발적 분화가 이어지는 필리핀 마욘 화산에 폭우가 오면서 화산재 등이 흘러내려오는 '화산이류'(火山泥流) 공포가 엄습했다.
28일 현지 언론과 외신 따르면 필리핀 화산지진학연구소(Phivolcs)는 전날 뜨거운 용암과 화산재가 분출된 필리핀 중부 알바이 주(州)의 마욘 화산 인근에 폭우가 내림에 따라 '화산이류' 주의보를 내렸다.
화산이류란 화산 분출 과정에서 주변에 쌓인 화산재와 암석 등이 산기슭을 타고 빠르게 흘러내리는 것을 말한다. 화산 분출물이 쌓인 곳에 폭우가 내릴 경우 발생 가능성이 크다.
폭우와 뒤섞인 분출물이 이류를 이룰 경우 그 속도는 초당 수십 미터에 이르기 때문에, 인근의 마을이 순식간에 매몰될 수 있다.
마욘 화산은 '불의 고리'로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있는 필리핀의 22개 활화산 가운데 하나로, 지난 500년간 약 50차례 폭발했다.
2013년에는 마욘 화산이 폭발해 외국인을 비롯한 등산객 5명이 숨지고 10여 명이 다쳤다. 1814년에는 최악의 마욘 화산 폭발로 1천2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지난 2006년에도 부분적 폭발이 있었지만, 폭발 당시 사망자는 없었다. 그러나 약 4개월 후 초대형 태풍 '두리안'이 집중호우를 뿌리면서 화산이류로 1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번 분화 과정에서 분출돼 산기슭과 인근 지역에 쌓인 화산재와 암석 규모는 엄청나다. 연구소 측은 그 양을 대략 2천500만㎥로 추정했다.
이런 가운데 인근 지역에는 도로가 유실될 정도로 많은 폭우가 내렸다. 관측자들에 따르면 최근 내린 폭우가 뜨거운 용암과 화산재 위에 떨어져 증발하면서 산 전체가 수증기 장막에 덮여 있다.
Phivolcs의 레나토 소디움 소장은 "화산재에 폭우가 내린다면 화산이류가 발생할 수 있다"며 "폭우가 내린다면 대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필리핀 지질청장인 마리톤 보나스도 "마욘의 이류는 엄청난 위협이다. 주민에게는 당국의 통보 즉시 대피할 수 있도록 준비를 시켰다"며 "자동차 또는 집채만 한 바위가 굴러떨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과거 화산이류를 목격한 주민들도 공포에 휩싸였다.
현지 주민인 버지니아 투스카노(47)씨는 "화산이류가 재발하지 않을까 걱정돼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잔다. 우리는 닭처럼 졸다가 화산에서 작은 소리라도 들리면 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06년 화산이류는 아주 강력해서 시멘트로 만든 집도 순식간에 쓸어 버렸다"며 "언제든 대피할 수 있게 짐을 싸 놓았다"고 말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