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극우당 장악 하원서 통과…이스라엘은 "수용 못해"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폴란드 의회에서 사실상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에 대한 폴란드인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법안이 통과되자 이스라엘이 발끈하고 나섰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폴란드 하원은 독일 나치가 제2차 세계대전 중 폴란드를 점령할 당시 나치가 운영했던 수용소 시설 등을 부를 때 '폴란드의'라는 표현이 들어가는 용어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입법안을 전날 통과시켰다.
일례로 나치 시절의 강제 수용소를 두고 '폴란드의 죽음 수용소'라고 부르면 폴란드인이건 외국인이건 처벌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해당 법안에 따르면 이를 어기면 벌금 또는 최대 징역 3개월에 처할 수 있다.
폴란드 극우 정당이 장악한 의회가 통과시킨 이 법안은 별다른 문제 없이 상원 통과와 대통령 승인 절차를 거쳐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
폴란드 정부는 그동안 국제 미디어와 정치인들에게 독일 나치의 악명 높은 학살 수용소인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언급할 때 '폴란드의 수용소'라고 적시하거나 부르지 말 것을 요청했다.
폴란드 역시 나치의 침공과 점령으로 피해를 본 만큼 나치의 홀로코스트에 폴란드인들의 책임은 없다는 것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폴란드인 다수는 '폴란드' 단어가 들어간 표현이 나치의 수용소 운영에 폴란드가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잘못된 결론을 내리게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폴란드에서는 나치의 침공과 점령 등으로 유대인 300만 명을 포함해 전체 국민 600만 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폴란드가 역사를 부정한 것이라며 그 입법안에 즉각 반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그 법안은 근거가 없으며 나는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도 자국 주재 폴란드 대사 직무대행을 초치해 항의했다고 밝혔다.
외무부의 한 관계자는 "폴란드 법안은 역사를 다시 쓰고 위조하려는 시도"라며 "유대인 국민과 이스라엘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일부 비평가들은 폴란드 법안이 역사를 둘러싼 토론을 저해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고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려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이에 마테우스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는 폴란드식 이름이 아니고, 그 수용소 입구에 걸려 있는 문구 'Arbeit Macht Frei'(노동하면 자유로워진다)도 폴란드어 구절이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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