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16명 목숨 살린 요양보호사 "해야할 일 했을 뿐"

입력 2018-01-28 15:58   수정 2018-01-2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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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16명 목숨 살린 요양보호사 "해야할 일 했을 뿐"

밀양 세종병원 화재 때 침착한 대처로 6층 치매환자 전원 대피 유도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지난 26일 38명이 숨지고 151명이 다친 밀양 세종병원 화재 때 자신이 돌보던 환자를 끝까지 책임진 50대 요양보호사의 활약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요양보호사 덕분에 병원 6층 치매환자 16명은 전원 건물 밖으로 무사히 대피할 수 있었다.
이 환자들은 전원 바로 옆 세종요양병원 환자들로 한 층 전체가 요양병원 병실로 용도가 변경된 세종병원 6층에 입원해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화재 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어요."
밀양 세종병원 6층 병실에서 환자 16명의 아침 식사를 돕던 요양보호사 이모(58·여) 씨는 "창문 밖을 보니 검은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이 씨는 "우선 환자들에게 수건을 나눠주고 코와 입을 막으라고 고함쳤다"며 "마음이 급해 수건에 물을 묻힐 생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고령에다 치매 증상이 있던 환자 대부분을 홀로 대피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
치매환자를 안정시키며 이 씨는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병원 6층에 갇혀있다고 말한 뒤 소방대원의 구조를 요청했다.
세종병원에서 요양보호사 일을 시작해 올해로 10년째인 이 씨는 "평소 화재 대피 훈련을 받았는데도 머릿속이 하얘졌다"며 "조금씩 검은 연기가 병실로 들어오자 마음이 더 급해졌다"고 말했다.
이 씨는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어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한편으론 건물 비상계단을 통해 불길이 닿지 않은 옆 식당 건물로 갈 대피로를 생각해뒀다.
초조한 1분 1초가 지났다.
'소방대원이 오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며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소방대원이 병실로 들이닥쳤다.

이 씨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휠체어에 태우는 등 소방대원이 신속하게 환자를 대피시킬 수 있도록 적극 도왔다.
환자들이 추울까 봐 담요까지 챙긴 이 씨는 시꺼먼 연기가 들어찬 병실을 여러 번 드나들며 마지막 환자가 대피할 때까지 자리를 지킨 뒤에야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도대체 몇 분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가장 높은 건물 6층이라 천만다행이었다"며 "소방대원이 환자를 구조했고 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이 씨는 "사실 다리가 덜덜 떨릴 정도로 무서웠다"며 "다만 2014년 많은 환자가 숨진 장성 요양병원 화재 사건을 보면서 평소 불이 나면 요양보호사로서 환자를 꼭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말했다.
환자를 대피시키고 나오는 과정에서 유독가스를 들이마신 이 씨는 현재 부산 북구 베스티안병원에서 구조된 환자 6명과 함께 치료를 받고 있다.
win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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