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낯 뜨거운 밀양 참사 '책임공방' 즉각 중단해야

입력 2018-01-28 19:41  

[연합시론] 낯 뜨거운 밀양 참사 '책임공방' 즉각 중단해야

(서울=연합뉴스) 밀양 화재의 충격 속에 맞은 주말과 휴일에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사고 다음 날인 27일 밀양체육문화센터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부가 안전한 나라를 다짐하고 있는데도 참사가 거듭되고 있어 참으로 참담하고 마음이 아프다"면서 "국민께 참으로 송구스러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등 여야 정당 대표들도 사고현장과 분향소를 찾았다. 정부와 정치권 등의 다른 고위관계자들도 조문 행렬에 동참했다.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의 희생자 유족들도 빈소를 찾아 동병상련의 아픔을 나눴다. 특히 밀양 시내에서 4천 명 가까운 조문객이 몰렸다고 한다. 시민들의 충격과 슬픔이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만하다. 유치원생부터 백발의 고령자까지 온종일 추모객이 이어졌고 헌화 행렬도 길게 늘어섰다. 휴일인 28일에는 밀양시 전체가 장례 분위기에 빠졌다. 도로 곳곳에 추모 현수막이 내걸렸고 나들이객이 몰렸던 평소와 달리 시가지는 대체로 한산했다.

정부는 밀양시에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10억 원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화재 잔해물처리 등 현장수습에 당장 필요한 돈이다. 정부는 중앙사고수습본부(보건복지부) 외에 범정부사고수습지원본부(행안부)와 범정부현장대응지원단을 가동해 사고수습과 유가족 심리치료, 보상상담 등을 돕고 있다. 건축법, 공동주택관리법 등에 흩어져 있는 관련 법령을 모아 통합 '건축물 관리법'을 제정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포괄적인 건축물 관리 체계가 없어 일상적 안전점검 등에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소방안전 부분까지 포괄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지 모르지만, 일단 건축물 관리의 사각지대는 대폭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분위기에서 정치권은 사고 책임공방에 정신이 없다. 정말 낯 뜨거운 행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여당과 제1야당 대표가 그 입씨름에 앞장서고 있는 것은 볼썽사납다. 포문은 한국당 홍 대표가 먼저 열었다. 홍 대표는 사고 당일 저녁 긴급대책회의에서 "지난 8개월 동안 이 정부는 재난안전 대비책을 전혀 갖추지 않았다"면서 "세월호 해난 사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집권한 이 정부야말로 안전에 대해선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사과와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추 대표는 "직전 이곳 행정의 최고 책임자가 누구였는지도 한 번 봐야 할 것"이라면서 경남도지사를 지낸 홍 대표를 정조준했다. 같은 당 송영길 의원은 트위터에서 "세월호 같은 해양사고는 중앙정부 관할이고, 소방안전본부는 지방정부 관할이다. 홍준표 전 지사, 밀양시장, 국회의원이 모두 한국당 소속"이라고 주장했다. 온 국민이 슬픔에 빠져 있는 마당에 상대 당 헐뜯기에 나선 정치인들이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뭔지 궁금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부끄러운 정략적 언쟁을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 이번 참사는 밀양 시민한테만 큰 충격을 준 게 아니다. 청천벽력 같은 제천 화재가 터지고 불과 한 달여 만에 인명피해가 더 큰 참사가 빚어졌다. 어디에 살든, 어디에 가든 국민 입장에선 맘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이 못 된다. 마땅히 정치인이라면 연이은 참사에 놀라 불안해하는 국민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 이런 상황에 속 보이는 말다툼이나 벌이는 것은 국민을 가볍게 보는 행위다. 국민은 그런 교언에 속을 만큼 어둡지 않다. 국민의 밝은 눈과 귀를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바른정당 유 대표는 합동분향소에 조문한 뒤 "잇따른 화재 참사는 정치권 모두의 책임이다. 여야가 정치적 싸움의 대상으로 여겨선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와 정부가 힘을 합쳐서 국민의 안전을 도모하고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모두 귀담아듣고 새길만 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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