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드득뽀드득 설경 속으로…13개국 문학 작품에 나타난 겨울

입력 2018-01-29 14:26   수정 2018-01-29 14:47

뽀드득뽀드득 설경 속으로…13개국 문학 작품에 나타난 겨울
국립한글박물관, 평창올림픽 기념 '겨울 문학 여행'展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해끗해끗한 눈발이 공중으로 회회 돌아 내려오는데, 떨어지는 배꽃 같고 날아오는 버들가지같이 힘없이 떨어지며 간 곳 없이 스러진다."(이인직의 소설 '은세계' 중 일부)
겨울은 날씨가 춥지만 새하얀 눈이 내리는 계절이다. 한국 문학에서 겨울은 대체로 '고난'이나 '시련'을 암시하지만, 때로는 다가올 봄과 연관 지어 '새로운 희망'을 상징하기도 한다.
고산(孤山) 윤선도(1587∼1671)의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에 나오는 시조 "간밤에 눈 갠 후에 경물이 다르구나/ 노저어라 노저어라/ (중략) 선계인가 불계인가 인간 세계 아니로다"처럼 겨울은 매혹적인 설경이 펼쳐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외국 문학 작품에는 겨울이 어떻게 묘사됐을까. 시나 소설을 읽어보면 각국 고유의 정서가 느껴질까.



국립한글박물관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맞아 1924년 첫 동계올림픽이 열린 프랑스부터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중국까지 10개 언어권 13개국의 겨울 문학을 살펴보는 특별전 '겨울 문학 여행'을 29일 개막했다.
겨울을 배경으로 한 문학 작품만을 다룬 국내 첫 번째 전시로, 이전에는 겨울 민속이나 예술을 조명한 전시만 있었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애령 국립한글박물관 전시운영과장은 "겨울은 흰색과 검은색, 절망과 희망이라는 상반된 이미지가 공존한다"며 "어느 나라든 겨울의 양면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이어 "겨울 문학이라고 할 만한 작품이 생각보다 많지 않고, 원서로 된 서적을 구하기 어려워 힘들었다"며 "세계의 겨울 문학을 한자리에 모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전시"라고 덧붙였다.
전시에 나온 작품은 소설보다 시가 많다. 유럽 문학 101편, 북미 문학 38편, 동아시아 문학 114편, 어린이 문학과 노래 201편 등 454편을 읽어볼 수 있다. 이 가운데 게오르크 트라클의 '12월 소네트' 등 시 53편은 국내에 거의 소개되지 않은 작품이다.



천장과 벽이 온통 하얀색인 전시장은 크게 2부로 나뉜다. 제1부 '겨울 길을 떠나다'에서는 서유럽을 시작으로 북유럽, 동유럽, 북미, 동아시아의 겨울 문학을 차례차례 만나볼 수 있다.
전시 공간 중 서유럽 부분은 알프스산맥처럼 꾸몄고, 북유럽 부분에는 오로라를 표현했다. 동유럽 부분은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문학 작품이 많은 점을 고려해 차가운 얼음왕국처럼 만들었다.
동계올림픽 개최지와 개최 예정지의 겨울 문학 원서와 번역본을 대조하며 보고, 독일·스위스·이탈리아·오스트리아·노르웨이·캐나다·중국 등 7개국 대사관이 추천한 작품도 확인할 수 있다.
제2부 '겨울의 만남'에는 안데르센이 쓴 '눈의 여왕', 카를로 콜로디의 '피노키오의 모험' 등 겨울을 배경으로 한 각국의 아동문학 서적이 비치됐다.
정감 어린 겨울 동요를 들어볼 수 있는 공간과 각국의 겨울 관련 단어를 익혀볼 수 있는 인터랙티브 영상도 마련됐다.
박영국 국립한글박물관장은 "올림픽은 체육 행사이지만, 다양한 전시와 공연이 열린다"며 "많은 사람이 이번 전시를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시 한 편을 가슴에 담아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동계패럴림픽 대회가 끝나는 3월 18일까지 열린다. 관람료는 무료.
psh5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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