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건 적발에 3천만원 불과…건축업계 "병원 부족한 농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행"
(밀양=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 "불법건축물 이행강제금은 면죄부나 다름없지요."
경남 밀양 세종병원 구석구석에서 발견된 무단증축 부분이 이번 참사를 키우는데 일조한 것으로 드러나고 확인되고 있지만, 병원 측이 배짱영업을 하며 납부한 이행강제금은 쥐꼬리 수준에 불과했다.
밀양시는 불이 난 세종병원이 2006년 3월 요양병원과 연결하는 2층 통로를 증축한 후 불법 비 가림막을 설치하는 등 병원 부지 내 모두 12건에 284.53㎡의 불법 증축 사실을 확인하고 현재까지 3천여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고 29일 밝혔다.
병원이 무단증축한 건축물을 버젓이 계속 사용한 기간은 무려 12년간이다.
시는 이 기간에 절반은 그냥 넘기고 나머지 절반가량 기간만 시정명령과 이행강제금을 내도록 했다.
병원 측은 시의 행정조치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행강제금을 불법건축물 사용료처럼 납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건축물 이행강제금은 불법 건물을 통한 이득만큼 손해를 보도록 하려고 1992년부터 시행됐다.
건축업계에서는 이 강제금이 오히려 면죄부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병원이 부족한 농촌 지역에서는 불법건축물 단속을 눈감아주거나 이행강제금 부과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지자체가 많다는 것이다.
이행강제금은 최초 시정명령이 있었던 날을 기준으로 해 1년에 2회까지 해당 지자체 조례로 정하는 횟수만큼 시정명령이 이행될 때까지 반복해 부과 징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행강제금은 지자체가 불법건축물을 적발한 후 철거 등 시정명령에 따르도록 건축주에게 매기는 것으로 금액은 위법 건축면적 과세 표준액의 50%다.
밀양시 조례에는 불법건축물 이행강제금 부과, 징수가 1년에 1회에 불과했다.
지역 내 한 건축사는 "이행강제금으로 손해를 보는 병원 건물주는 아무도 없다"며 "공무원들도 최초 부과는 잘 되지만 서로 사이가 나빠질 수 있어 계속 부과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5년 이상 된 건축물 중 특히 병원에서는 불법건축물이 워낙 많아서 관리가 잘 안 된다"며 "이번에 불이 나서 그렇지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choi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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