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부상한 80대 환자 1명이 숨져 사망자가 39명으로 늘었다. 이번 화재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배경에는 불법 증·개축, 안전규정 미준수, 당국의 시정명령 무시 등 병원 측 과실이 컸던 것으로 드러났다. 발화 장소로 추정되는 1층 응급실 내 탕비실부터 불법으로 증축된 것이었다. 또 병원 본관과 별관 요양병원 사이의 연결통로와 비 가림막은 화재 때 연기 배출을 막았고, 되레 여기를 통해 퍼진 연기를 마시고 2층에서만 18명이 사망했다. 이 병원 1층에는 방화문이 아예 없어 유독성 가스가 위층으로 퍼지는 것을 차단하지 못했다. 세종병원은 그동안 불법 증축한 시설물에 대해 시정명령, 시정촉구, 이행강제금부과, 검찰 고발 등 23차례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행강제금만 내고 '배짱영업'을 해 왔다.
세종병원의 잘못은 불법 증·개축에 그치지 않았다. 수익을 늘리려고 좁은 공간에 과도하게 많은 병상을 집어넣었다. 이 병원 301호실은 전국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20인실로 운영됐다. 침대가 다닥다닥 붙어 있어 환자나 가족이 지나다니기도 힘들 정도였다. 이 병원에는 의사 3명, 간호사 6명, 간호조무사 17명 등 총 26명의 의료인력이 있었는데 의료법 기준에 크게 미달하는 것이다. 사고 당시에는 당직 의사 1명과 간호사·간호조무사 8명만 근무했다고 한다. 입원환자 99명이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였는데 이들을 대피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화재 시 정전피해를 막는 비상 발전기도 가동되지 않았다. 사망자 중 일부는 전기공급이 끊기면서 인공호흡기가 작동하지 않아 숨졌을 개연성이 있다고 한다.
문제는 세종병원과 사정이 비슷한 중소병원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보통 30~99개 병상을 갖춘 병원을 중소병원으로 분류하는데 전국적으로 1천400여 개에 달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중소병원의 화재안전 등 인증평가 신청률은 20%도 안 된다. 중소병원들이 소방안전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뜻이다. 소방시설법 시행령에 대형병원과 요양병원은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돼 있다. 하지만 중소병원은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는 법 제도에 구멍이 뚫려 있음을 보여 준 셈이다. 야간이나 공휴일에 의료기관의 안전시설 당직자를 '1명 이상' 두도록 한 의료법 시행규칙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세종병원 같은 곳에서 화재 같은 긴급상황이 생기면 환자들을 대피시키는 데 턱없이 부족한 인력이다.
정부는 밀양 화재를 계기로 생활과 밀접한 약 29만 개 시설물에 대해 2∼3월 중 민·관 합동 안전점검을 하기로 했다. '국가안전 대진단'이라고 이름 붙일 만큼 대대적으로 하는 것 같다. 중소병원 등 다중이용시설의 스프링클러 설치 기준을 건물 용도별로 세분화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진작 이렇게 해야 했다. 가장 안전해야 할 병원에서 이렇게 큰불이 난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국가 안전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밀양 화재 유족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호소한 것처럼 '기본부터 꼼꼼히' 우리 사회의 안전시스템을 다져가야 한다. 이번에 심각한 허점이 드러난 중소병원부터 서둘러 문제점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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