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부가 공공기관과 공직 유관단체의 채용비리에 대해 석 달가량 벌인 특별점검의 최종 결과와 후속 조치,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 등 18개 관계부처는 29일 합동브리핑을 열고 총 1천190개의 공공기관·지방 공공기관·공직 유관단체의 채용 업무를 점검한 결과 946개 기관·단체에서 모두 4천788건의 지적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전체 점검대상 기관·단체의 약 80%에서 비리가 드러난 것이다. 정부는 앞서 작년 하반기부터 공공기관 채용비리 의혹이 잇따라 터져 나오자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11월 범정부 특별대책본부를 설치하고 275개 공공기관, 659개 지방 공공기관, 256개 공직 유관단체의 최근 5년간 채용 업무 전반에 대한 전수 특별점검에 들어갔다. 정부는 지적사항 중 83건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255건은 해당 기관에 징계나 문책을 요구했다. 또 채용비리에 연루된 공공기관·단체 임직원 390명에 대해서는 즉시 해임·업무배제·퇴출 등 조치를 하기로 했다. 특히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된 항공안전기술원장 등 현직 기관장 8명은 즉시 해임하기로 했다.
채용에서 고도의 공정성이 요구되는 공공기관에서 횡행한 채용비리 수법은 다양했다. 인기 금융 공공기관으로 꼽히는 한국수출입은행은 당초 채용계획과 달리 채용 후보자의 추천 배수를 늘려 특정인을 뽑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병원은 서류전형에서 합격 배수를 조정해 특정인을 합격시킨 다음 면접에서 면접위원 전원이 점수를 몰아줘 채용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고위 인사의 지시로 특정인을 사전에 내정하고 채용 절차는 형식적으로 운영했다. 내정자 외 다른 지원자들은 이런 각본이 짜진 사실도 모른 채 들러리를 선 셈이다. 지방 공공기관인 강릉의료원은 경영악화를 이유로 직원을 권고사직시킨 뒤 그 자리에 새로 직원을 뽑아 충원했다. 경쟁을 벌인 다른 지원자나 그들의 부모가 알면 통탄했을 부정이 아무렇지 않게 자행된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적발해 공개한 시중은행의 채용비리와 유사한 점도 많다.
정부는 부정 합격한 직원에 대한 후속 처리 방침도 구체화했다. 지금까지 조사결과 최소 100명으로 추산되는 부정 입사자가 검찰 수사 후 기소될 경우 채용비리 연루자와 동일하게 즉시 퇴출하기로 했다. 본인이 기소되지 않더라도 본인의 채용과 관련된 사람이 기소될 경우 즉시 업무에서 배제한 후 필요 절차를 거쳐 퇴사시키기로 했다. 정부는 부정합격에 따른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으면 원칙적으로 구제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부정합격자 퇴출이 원칙인 만큼 억울하게 탈락한 사실이 확인되면 해당 지원자에게 뒤늦게라도 입사 기회를 주는 것은 마땅해 보인다. 정부는 또 채용이 취소된 부정합격자는 향후 5년간 공공기관 채용시험 응시자격을 박탈하기로 했고, 채용비리가 발생한 기관에 대해서도 경영평가 등급이나 성과급 지급률을 낮출 방침이다. 채용비리 재발을 막고 해당 공공기관에도 책임을 묻는 조치로 늦었지만 역시 당연한 조치다.
'신의 직장'으로 불릴 만큼 인기가 있는 공공기관에 만연한 채용비리는 심각한 구직난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엄청난 좌절감을 안겨주는 행위로 엄벌해 마땅하다. 정부는 비리연루자들을 엄정히 조치하는 동시에 공공기관의 신뢰를 훼손한 것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도 물어야 할 것이다. 부정하게 취업청탁을 한 인사 중에는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도 있다는 말도 들린다. 검찰은 지위를 불문하고 해당자를 철저히 가려내 일벌백계해야 한다. 공공기관은 이번 일을 계기로 채용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한층 강화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솔선수범해야 한다. 공공기관이 앞장서야 민간기업도 따라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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