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 결과…데이트폭력 피해자 절반이 상대와 결혼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데이트폭력을 당하고서도 상대방과 결혼한 여성 5명 중 1명이 가정폭력에 시달린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30일 나왔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은 데이트폭력 피해를 파악하고, 지원 방안을 찾기 위해 처음으로 벌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서울에 사는 20세 이상 60세 이하 여성 2천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더니 88.5%가 데이트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데이트폭력에는 팔목을 움켜잡거나 때리는 등 신체적 폭력뿐 아니라 언어폭력, 데이트 비용 요구, 휴대전화 점검, 옷차림 통제 등도 포함된다.
데이트폭력 피해자 중 46.4%는 상대방과 결혼했고, 이 중 17.4%는 가정폭력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동을 통제하는 유형의 데이트폭력을 당한 경우 '누구와 있는지 항상 확인했다'가 62.4%로 가장 많았고 '옷차림 간섭·제한'이 56.8%로 뒤를 이었다.
언어·정서·경제적 폭력은 화가 나서 발을 세게 구르거나 문을 세게 닫고(42.5%) 안 좋은 일이 생기면 "너 때문이야"이라는 말을 한다(42.2%)는 사례가 많았다.
신체적 폭력은 팔목이나 몸을 힘껏 움켜잡는 경우가 35%로 가장 많았다. '심하게 때리거나 목을 조름'(14.3%), '상대의 폭행으로 인해 병원 치료'(13.9%), '칼(가위) 등의 흉기로 상해'(11.6%) 등 폭력의 정도가 심한 경우도 10%를 넘었다.
성적 폭력으로는 '내가 원하지 않는데 얼굴, 팔, 다리 등 몸을 만짐'(44.2%), '나의 의사에 상관없이 가슴, 엉덩이 또는 성기를 만짐'(41.2%) 항목의 응답률이 높았다. 원치 않는 성관계 동영상이나 나체 사진을 찍었다는 경우도 13.8% 있었다.
여성들은 데이트폭력을 당하고서도 절반 이상이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적 폭력을 겪고도 경찰에 신고했다는 응답은 9.1%에 그쳤다. 헤어졌다는 응답이 20.6%, 가족·친구 등에게 알리고 도움을 청했다는 응답은 19.7%였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는 '신고나 고소할 정도로 피해가 심각하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서'라는 응답이 많았다.
피해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지만 주변에 알려지는 것이 싫거나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서 지원 기관을 이용하지 않았다는 응답도 나왔다.
여성들은 데이트폭력의 원인으로 '가해자에 대한 미약한 처벌'(58.7%), '여성혐오 분위기 확산'(11.9%)을 꼽았다.
데이트폭력 예방을 위한 정책으로는 '가해자에 대한 법적 조치 강화'(73%)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많았다.
서울시는 데이트폭력 상담 전용 콜(☎ 02-1366)을 계속해서 운영하고, 데이트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시작하기로 했다. 데이트폭력 피해자의 의료비와 법률 지원을 하고, 치유 회복도 돕는다.
엄규숙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데이트폭력은 그 피해가 심각한데도 피해를 선뜻 밝히지 못한다는 어려움이 있다"며 "이번 데이트폭력 실태조사를 토대로 성폭력, 가정폭력 피해의 연장 선상에서 데이트폭력 피해자 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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