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CIT 제소도 검토"…최원목 교수, 미국 세이프가드 대응방안 조언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최근 미국이 한국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를 결정하자 우리 정부도 'WTO(세계무역기구) 제소'를 예고하며 맞불을 놨지만, 실질적으로 효과를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적정한 수준'의 세이프가드 대응 방안으로는 미국 LNG(액화천연가스) 수입 제한, 한국 기업의 미국 국제무역법원(CIT) 제소 등이 거론됐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0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미국 세이프가드 발동과 대응방안' 긴급 좌담회에서 "(미국 세이프가드에 대해) 정부가 WTO에 즉각 제소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지만, WTO 분쟁해결 절차에는 현실적 한계가 있는 만큼 대응방향에 근본적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앞서 2013년 미국이 한국산 가정용 대형세탁기에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했을 때 우리 정부가 같은 해 8월 WTO에 제소, 2016년 9월 승소했지만 미국이 판정 이행 기한을 넘겨 지금까지 반덤핑·상계관세를 계속 부과하는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WTO 소송에서 이긴다고 해도, 미국이 판정을 이행하지 않고 버티면 우리로서는 WTO 승인 아래 무역보복을 가하는 방법 외 대안이 별로 없다"며 "하지만 대미 무역보복이 한미 안보협력관계에 미칠 부작용을 고려하면 무역보복도 궁극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 교수는 제조업 전반으로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조치가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 세탁기 업체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지역인 오하이오 등에 있다"며 "트럼프 진영이 올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층들을 결집하기 위해 근본적 보호 조치를 선사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정치적 배경을 고려할 때, 앞으로 선거 정국이 전개될 수록 세이프가드와 같은 미국의 무역구제 조치가 세탁기를 넘어 가전제품 일반, 제조업 전반으로 빠르게 퍼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하지만 최 교수는 우리도 본격적으로 대미 무역보복에 나설 경우 역효과가 더 크다며 양국 간 무역분쟁 확산을 경계했다.
그는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보복으로 전선을 확대하지 말아야 한다"며 "우리가 작년부터 미국산 LNG 수입량을 자발적으로 늘렸는데, 이 관련 계약의 이행을 중단하거나 이 수입 건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정도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국 기업들이 정부와 조율해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에 제소하고 적극적으로 시비를 가리는 방법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최 교수는 "사법부 역할이 중요한 미국 헌법구조상 대통령이 사법부의 판정을 이행하지 않을 수는 없다"며 "지난 10일 현대제철에 대한 반덤핑조치를 재계산하라는 판정이 내려지는 등 우리 기업이 부분 승소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이 밖에 좌담회에서는 제2차 한미 FTA 개정협상을 통해 미국 측에 세이프가드 등 수입규제조치에 대한 제어장치 마련을 요구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도 나왔다.
이날 좌담회에는 LG경제연구원 김형주 연구위원, 한국경제연구원 송원근 부원장, 그리고 인하대학교 정인교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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