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현상 정량적 모델 연구 새 패러다임…논문 심사도 1년 넘어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세포의 유전자 발현량 조절 능력을 지배하는 물리화학 법칙이 새롭게 발견됐다.
한국연구재단은 성재영·김지현·윤상운 중앙대 교수가 필립 김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와 공동 연구를 통해 세포 내 분자 농도 요동과 관련한 화학요동법칙을 찾았다고 30일 밝혔다.
유전자 발현 과정은 불확실성을 내포한 수많은 화학반응으로 구성돼 있다.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세포라도 mRNA(DNA 유전정보를 받아 단백질 합성 정보를 전달하는 물질)의 단백질 농도가 달라 세포 성질과 기능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이 현상을 물리 화학적 모델로 설명하거나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으로 여겨져 왔다.
유전자 발현과정을 구성하는 화학반응 과정이 기존 모델이나 이론보다 훨씬 복잡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화학요동법칙이라는 새 패러다임을 학계에 제시했다.
아무리 복합한 확률 과정을 거쳐 생성·소멸하는 분자라 할지라도 그 농도 요동이 따르게 된다는 논리에서 추론했다.
이 수식은 분자의 농도 평균과 분산이 어떻게 분자 생존시간 확률 분포와 생성반응 속도 시간 상관 함수(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양상을 보여주는 함수)와 연관되는지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새로운 방식의 유전자 발현과정 모델을 구현한 셈이다.
세포 mRNA 농도 조절 능력에 관한 다양한 실험 결과를 처음 정량적으로 해석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 연구 결과는 반트호프의 화학반응 속도론이나 파울리의 마스터 방정식 접근법 기본 가정이 세포 내 화학반응에선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1901년 첫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반트호프는 화학반응 속도론을 제안하며 '개별 화학반응 속도 계수가 시간이나 반응 용기에 따라 변화하지 않는 상수'라고 전제했다.
파울리가 개발한 마스터 방정식 접근법은 반트호프의 화학반응속도론에 기초한다.
그러나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 과정은 속도 계수가 다양한 변수에 의존해 세포마다 다른 데다 시간에 따라서도 요동치는 경우가 많다.
성재영 교수는 "수학적 연역과 물리 화학적 모델을 사용해 생명현상을 정량적으로 설명·예측하는 새로운 연구 패러다임"이라며 "세포의 생명기능 조절 능력을 회복해 질병을 치료하는 새로운 의학적 방법을 제시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리더연구자지원사업 지원으로 수행했다.
성과는 순수이론 논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19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이 연구 결과는 2016년 상반기에, 최초 논문 투고는 같은 해 9월에 이뤄졌다.
이후 1년 넘는 기간 동안 엄밀한 심사를 받고 모든 심사위원의 최종 출판 동의를 얻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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