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막대사탕 좋아해 아이 같던 우리 엄마, 꿈에 그리던 아버지 곁으로 이제 가시네."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희생자 중에 가장 나이가 많았던 박봉기(98) 할머니가 30일 영면했다.
이날 오전 박 할머니의 빈소가 마련된 밀양병원 장례식장에는 7남매와 손자 등 수십 명이 모여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했다.
요양병원에 있던 할머니는 감기 탓에 가슴막(늑막)에 물이 차 세종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 사흘을 앞두고 발생한 화재로 유명을 달리했다.
박 할머니는 25년 전에 사별한 남편과의 슬하에 8남매를 뒀다. 아들 한 명은 10여 년 전에 심장마비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발인에 앞서 입관을 지켜봤던 박 할머니의 딸 손해성(63·경남 밀양) 씨는 "얼굴은 예쁜데 손이 못생겼던 우리 엄마, 잘 가시라고 두 손을 꼭 잡아드렸다"고 말했다.
손 씨를 비롯한 유족은 운구 차량에 관이 실리자 "엄마! 엄마!"를 외치며 목놓아 울었다.
백 세를 바라보던 박 할머니는 집안의 큰 어른이자 구심점 같은 존재였다.
자식들은 밀양, 부산, 대구, 서울 등에 떨어져 살았지만 수시로 병원에 찾아와 집안의 대소사를 논의하고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게 큰 기쁨이었다.
박 할머니는 한 달 전 세종병원에 입원했을 때만 해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료진의 설명이 있었지만 금세 상태가 호전돼 퇴원을 앞두고 있었다.
유족에게 세종병원 화재 사고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화재 소식을 듣고 세종병원으로 정신없이 달려왔던 손 씨는 3시간가량 밀양 시내의 장례식장을 샅샅이 뒤진 끝에 고인의 시신을 확인했다.
손 씨는 "퇴원하면 가족끼리 모여 파티를 하려고 했는데, 엄마의 죽음을 믿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박 할머니는 평소에 막대사탕을 좋아했다. 손자와 손녀들이 박 할머니를 찾아갈 때면 빠지지 않고 챙기는 게 막대사탕이었다.
장손인 손우빈(29) 씨는 "할머니가 병실에 누워계셨으면서도 늘 따뜻하게 맞아주셨던 게 많이 생각난다"며 "이제 할아버지 곁에서 아픈 데 없이 잘 지내셨으며 좋겠다"고 말했다.
고인은 밀양 산내면 송백리 선영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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