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 SNS서 'MeToo'·'검찰내성폭력' 등 해시태그
'가해자 의혹' 안태근, 최근 신앙생활에 전념…'성추행 의혹' 폭로 촉발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이효석 기자 = 창원지검 통영지청 소속 서지현(사법연수원 33기) 검사가 8년 전 법무부 간부였던 안태근 전 검사장에게서 성추행을 당하고 이후 인사 불이익을 겪었다고 폭로하자 각계에서 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해 가해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민중당의 당내 조직인 '여성-엄마 민중당'은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사건은 명백한 권력형 성범죄로 철저한 조사와 진실 규명, 그에 따른 가해자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당시 성추행 사실을 은폐했다고 지목된 최교일 전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해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특히 "이 사건이 사법정의 구현을 내세우는 검찰 조직에서 일어났다는 데 분노한다"며 "그간 수많은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관대했던 배경에 성폭력 가해자를 용인하는 검찰 내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이번 폭로를 미국 할리우드의 '미투(Me, too)' 운동의 영향으로 분석하고 서 검사에게 "용기 있는 '미투 운동' 피해자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철저한 진상 규명과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여성변호사협회(회장 조현옥)는 이날 성명을 내고 "서 검사의 용기 있는 폭로에 응원과 지지를 보내며 검찰의 엄정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시민단체들도 연이어 서 검사에 대한 연대를 표명하면서 명백한 진상 규명과 검찰 조직 내 개혁을 촉구했다.
공익제보자 지원 시민단체인 '내부제보실천운동'은 성명을 내고 "서 검사의 용기 있는 고백으로 드러난 이번 사건이 낱낱이 밝혀져 검찰 개혁을 앞당기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 단체는 "이 사건은 가해자의 개인적 돌출행동이 아니라 상명하복을 요구하는 권위주의 문화와 구조에 그 원인이 있다"면서 "법무부는 '검찰 성범죄 예방특위'와 같은 조직 내 특별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여성단체들은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Me Too', '#검찰내성폭력',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등 해시태그를 단 게시글을 공유하면서 서 검사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한편 가해자로 지목된 안 전 검사장은 지난해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면직돼 검찰을 떠난 뒤 교회를 다니며 신앙생활에 전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검사장이 종교를 통해 과거를 회개하고 구원을 받았다는 내용으로 신앙 간증으로 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떠돌기도 했다.
하지만 안 전 검사장의 이런 신앙생활은 도리어 서 검사의 폭로를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서 검사는 전날 출연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회개는 피해자에게 직접 해야 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며 폭로를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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