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대화하는 조건으로 보상 없다는게 미국 입장"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평창동계올림픽을 기회로 한 북한의 한미 균열 시도 논란에 대해 기존의 굳건한 한미 관계에 비춰 불가능한 일이며, 북한이 그럴만한 능력도 없다는 데 한미 양국의 민관 관계자들은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양국 관계자들이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민관 1.5 트랙 차원의 대화를 하고 한반도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해법을 모색했다.
김기정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은 대화 뒤 가진 특파원 간담회에서 "북한이 한미동맹 균열 의도가 있다고 해서 그럴만한 능력이 있겠는가"라는 데 공감하고 한미동맹이 그동안 쌓아온 신뢰와 소통 구조로 볼 때 이는 '탈동조화 음모론'(Decoupling Conspiracy)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나눴다고 전했다.
김 전 차장은 "미국 (참석자) 일각에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석을 두고 한미동맹 균열 의도가 아니냐고 궁금해했으며 북한의 대규모 응원단 파견에 대해서도 북한의 체제 선전에 한국 측이 영향받는 게 아니냐고 질문했다"면서 "우리는 북한 측이 체제 선전 의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한국 사회가 쉽게 영향받지 않는다"고 '한국 사회의 건강성'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우리가 최대 압박전략이라는 차원에서 강한 스탠스를 유지하면서 북한을 압박하는 등 미국의 대북 정책과 같은 궤도 위에 서왔다는 점을 설명했다"며 "지금은 대화 국면이지만 만약 평창올림픽 이후 북한이 일탈적 행위를 한다면 우리가 해왔던 지금까지의 압박을 (계속)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는 상식적 전략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지금의 (남북) 대화 분위기에 대해선 한미 간 이견이 감지된 게 없었으며, 미국 강경파들 사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의심 같은 것도 많이 순화되는 등 변화가 느껴졌다"며 "원하면 대화에 나가겠지만 (북한과) 대화를 하는 조건으로 보상하는 일은 없다는 게 미국 측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 전 차장은 "미국 측은 대화 병행이라는 원론에 대해 인정하지만 북미 간 오랜 불신 때문에 대화를 한다고 해서 금방 풀린다고 보는 미국 쪽 인사는 아무도 없는 것 같더라"고 전했다.
국방부 김성민 미국정책과장은 평창올림픽 이후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이후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한다는 것은 이미 한미 정부 간 의견 일치를 본 사항으로 추가 연기와 같은 부분은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라며 "한미가 적절한 시점을 공유하고 있고, 훈련이 임박하게 되면 한미가 공동으로 발표할 기회가 있을 텐데 훈련이 임박하기 전에는 가급적 언급 안 하는 게 좋겠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조동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경제 제재 효과에 대해선 미국 측 내에서도 설전이 있었다"며 "1.5 트랙을 지속해가며 경제 제재 효과 등에 대한 한미 간 공동연구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대화에 우리 쪽에선 최종건 청와대 평화 군비통제 비서관과 조동호 원장을 비롯해 김기정 전 2차장, 전재성 서울대 교수, 김준형 교수, 탈북자 출신의 김광진 전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그리고 국방·외교·통일부 담당 과장, 미국 측에선 마크 램버트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과 제임스 핀치 국방부 한국과장 등 양쪽의 국방·외교 실무 책임자들과 학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미국 측 참석자에는 토마스 허바드, 알렉산더 버시바우,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 대사와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 사령관, 싱크탱크 관계자들도 포함됐으며 한미 양국 합쳐 참석자는 30명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방미단은 30일에는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과 면담 등의 일정을 갖는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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