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앞둔 대학가 청소노동자 갈등 확산…연대·홍대·동대 농성

입력 2018-01-3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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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 앞둔 대학가 청소노동자 갈등 확산…연대·홍대·동대 농성
최저임금 인상 후 정규직 줄이고 알바로 대체 등 갈등
"적립금 활용해야" vs"적립금은 용도 제한…재정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이효석 기자 = 새해 들어 최저임금이 오르자 여러 대학에서 정규직 청소노동자를 줄이고 단기 아르바이트 등으로 대체하려 해 청소노동자들이 학교 건물을 점거하는 등 갈수록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동국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청소노동자 70여명이 29일 오후부터 본관 로비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동대는 지난해 12월 31일 청소노동자 86명 중 8명이 정년퇴직하자 이 자리에 '청소 근로 장학생'을 선발해 대체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을 빚었다.
'동국대 청소노동자 인원충원문제 해결을 위한 동국인 모임' 학생들은 30일 오후 서울 중구 동국대 본관 앞에서 청소노동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는 청소노동자 인원 감축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청소노동자들이 학교 측에 세 차례 면담을 요구하고, 학생 900여명이 연대서명과 함께 질의서를 보냈으나 학교는 아무런 답이 없다"고 규탄했다.
이어서 "학교는 재정적 어려움을 오로지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면서 "학생이나 교직원이 청소를 하는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며, 결국 노동자들 노동 강도가 강화되고 학생들 학습 환경이 나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동국대시설관리분회 오종익 분회장은 "학교 측이 면담 요청에 무응답으로 일관하면 전면 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국대에 앞서 본관 농성을 시작한 연세대와 홍익대에서는 청소노동자들과 학교·용역업체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지난 16일부터 보름째 본관 농성 중인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은 29일 새벽 5시 30분께부터 학교 측이 고용한 단기 아르바이트 청소용역업체 직원들이 건물 문을 잠그고 출근을 막는 바람에 몸싸움까지 벌였다.
용역업체 측이 오전 7시 30분께 철수하면서 상황은 마무리됐으나,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에 따르면 청소노동자 1명이 바닥에 밀쳐지는 바람에 다쳐서 병원에 실려 갔다. 연대는 청소·경비노동자 31명이 정년퇴직한 자리를 단기 알바로 대체하거나 신규 채용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다.
지난 23일부터 일주일째 본관에서 농성 중인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은 29일 총장실을 항의 방문했다. 노조 측은 "사흘 전 부총장이 노조 선전물을 훼손한 데 이어 이날은 기획팀장이 분회장에게 욕을 했다"고 주장했다. 홍익대는 최저임금이 오르자 청소노동자 4명을 해고했다.
청소노동자 10명이 정년퇴직한 자리를 3시간짜리 단기 알바로 채우겠다고 밝힌 고려대에서도 청소노동자들과 학생들이 학내 선전전 등 투쟁 중이다. 이들은 31일 오후 학교 중앙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열 예정이다.
청소노동자들과 학생들은 "대학 적립금이 수백억∼수천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재정 운용이 어려워 청소노동자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학교 측 주장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대학들은 "적립금은 법에 따라 건축기금이나 장학금 등 정해진 용도에 따라 집행해야 하므로 노동자 임금으로 쓸 수가 없다"면서 "대학 등록금이 수 년 간 동결돼 재정이 어려운 점을 학교 노동자 측도 감안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청소노동자들이 건물 점거 농성에 돌입한 학교가 늘어나고 동국대의 경우 파업 가능성까지 시사하면서 문제가 장기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최다혜 조직부장은 "개강 전에 문제가 해결돼 학생들에게 깨끗한 학습 환경을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 청소노동자들의 마음"이라면서 "대학들이 재정 어려움만 앞세우지 말고 노조와 대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hy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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