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예멘 28년만에 '무력 독립'하나…정부군과 교전 격화

입력 2018-01-30 19:24  

남예멘 28년만에 '무력 독립'하나…정부군과 교전 격화
"예멘 내각 사우디로 도피 준비"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영국의 식민 지배 탓으로 남북으로 분단됐다가 1990년 통일된 예멘이 28년 만에 재분단될 위기에 처했다.
예멘 제2 도시이자 내전 중 예멘 정부가 임시 수도로 삼은 남부 항구도시 아덴에서 정부군과 남예멘 분리주의파의 교전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예멘 분리주의파는 3년 전 시작된 예멘 내전에서 정부 편에 서서 반군에 함께 맞섰으나 내전이 장기화하면서 정부의 부패와 무능, 파탄에 빠진 민생을 이유로 지난해 중반부터 반기를 들었다.
분리주의파는 지난해 5월 '남부 과도위원회'(STC)를 결성, 남예멘 부활을 향한 행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독립 찬반투표와 정치적 협상으로 주권국 수립을 추진하다가 좌초된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와 달리 STC는 무력을 동원한 독립을 선택했다.
STC 산하 군사조직 '남부 저항전선'(SRF)은 28일 정부군과 교전 끝에 아덴의 임시 정부 청사를 점거한 뒤 29일에도 격렬히 전투를 벌였다. 29일 밤에는 양측의 병력이 증파됐고 탱크와 중화기까지 투입돼 교전이 격화됐다.
예멘에서 활동하는 국제적십자위원회는 이틀간 최소 36명이 죽고 185명이 다쳤다고 집계했다.
예멘 정부를 지원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30일 양측에 무력 충돌을 즉시 멈추라고 요구했다.
AP통신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 STC가 30일 아덴의 대통령 집무실 주변을 장악한 뒤 이 시설을 경호하는 사우디군과 대치 중이라고 보도했다. 아덴 국제공항도 28일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아덴에 머물던 아흐메드 빈다게르 예멘 총리는 사우디로 도피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주요 외신들은 전했다.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은 현재 사우디에 있다.
STC는 21일 예멘 내각에 1주일 안에 총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28일 무력 행동에 나섰다. STC의 지도자는 남예멘 독립을 요구했다가 지난해 5월 아덴주지사에서 해임된 아이다루스 알주바이디(50)다.
STC의 후원자는 사우디와 함께 예멘 내전에 개입한 아랍에미리트(UAE)다.


남부 분리주의파의 근원은 1967년 영국 식민 지배를 물리치고 남예멘 공산주의 정권을 수립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1990년 남북 예멘이 정치적 합의로 통일되지만 북예멘 중심의 기득권에 반발해 1994년 남북으로 갈라져 내전이 벌어졌다. 내전에서 남측이 패하고 북예멘이 주도하는 알리 압둘라 살레의 장기 집권 체제가 된다.
예멘은 남쪽이 지하자원이 풍부한데 남예멘 지역에선 이런 자원을 옛 북예멘 세력이 중심이 된 예멘 정부가 수탈하고 남쪽 출신을 차별한다는 박탈감이 여전하다.
이런 지역적 소외감을 구심력으로 2007년 '남부 운동'이라는 정치 세력을 형성해 자신의 권익과 평등한 권력 분점, 남부의 자치권을 꾸준히 요구했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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