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느니 물려준다" 지난해 부동산 증여 28만2천건 역대 최대

입력 2018-01-31 07:54   수정 2018-01-31 08:58

"파느니 물려준다" 지난해 부동산 증여 28만2천건 역대 최대

8·2대책 등 규제 강화에 증여 수요 늘어…강남이 강북의 2배 수준
저금리 여파 상가 등 비주거용 증여 1년 새 20% 급증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서울 강남에 사는 박모(69)씨는 보유 중인 강남 아파트 한 채를 자녀에게 증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올라 증여세 부담도 커졌지만 8·2대책 이후 양도소득세가 중과돼 양도세 금액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박 씨는 "앞으로 양도세 부담은 더 커지는데 집값이 계속 오르는 추세여서 팔기는 아깝고 해서 증여를 고민하고 있다"며 "전문가와 함께 절세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주택 거래에서 발생한 증여세 탈루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부동산 증여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주택뿐만 아니라 비주거용에 대한 증여가 큰 폭으로 증가해 증여 대상이 주택에서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으로 다각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강남·서초구 작년 주택 거래의 8∼9%가 증여
31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부동산 거래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국의 부동산 증여 건수는 총 28만2천680건을 기록했다. 이는 2016년(26만9천472건) 대비 4.9% 증가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이 가운데 주택의 증여 건수는 총 8만9천312건으로 전년 대비 10.3% 증가했다.
지난해 세종과 함께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서울의 주택 증여 건수는 총 1만4천860건으로 전년보다 10.2% 늘었다.
8·2부동산 대책 이후 9월에 935건으로 줄었던 신고 건수가 10월 1천281건, 11월에 1천393건으로 늘어난 뒤 12월에는 월 신고 건이 2천101건으로 2천 건을 넘었다.
서울 시내 주택 증여는 강북보다 강남이 월등히 많다. 근래 강남권의 증여 건수는 연평균 1천 건에 달하고 있다.

반면 강북 등 비강남권은 증여 건수가 많아야 500∼600건 안팎으로 강남권의 절반 수준이다.
서울에서 소형 아파트가 가장 많은 노원구는 지난해 증여 건수가 516건으로 전년(445건)보다 16% 가까이 늘었지만, 강남의 절반 수준이다.
반면 전통 부촌인 강남구와 서초구의 경우 전체 주택 거래량에서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각각 8.4%, 9.5%에 달했다. 3.5%에 그친 노원구의 2∼3배 수준이고 서울 전체 평균(5.3%)보다도 월등히 높다.
지난해 서울에서 주택 증여가 가장 많이 이뤄진 곳은 강동구로 1천356건이 신고됐다. 이는 전년(520건) 대비 160.8%나 급증한 것이다. 서초구 역시 1천107건으로 전년 대비 27.8% 늘었다.
강동구와 서초구는 지난해 재건축 사업 추진이 가장 활발했던 곳으로 투자수요들의 증여가 많았던 것으로 추론된다.
김종필 세무사는 "최근 2∼3년간 강남 집값이 계속 오른 데다 8·2부동산 대책 이후 강남을 비롯한 투기지역 내 양도소득세 중과가 바로 시행되면서 집을 다른 사람에게 파느니 자식 등에게 사전 증여하겠다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는 961건으로 2016년(1천311건) 대비 26.7% 줄었고 강남구도 1천77건으로 전년(1천164건)보다 7.5% 감소했다.

◇ 상업용 부동산 증여 수요 급증…증가폭 주택의 2배
상업용 부동산 등 비주거용 건축물의 증여도 작년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비주거용 건축물 증여 건수는 총 1만8천625건으로 2016년(1만5천611건)보다 19.3% 증가했다. 서울의 증여 건수도 총 4천464건으로 전년(3천725건) 대비 19.8%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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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거용 건물 증여의 증가폭이 주택 증가폭의 2배 수준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장기화와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 강화로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 투자수요가 늘면서 증여 건수도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비주거용 건축물 거래량은 최근 몇 년간 꾸준히 늘어 지난해 총 44만8천868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같은 금액이라면 주택보다 증여세를 낮출 수 있어 부자들의 증여 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민은행 원종훈 세무사는 "주택은 실거래가로 증여세가 부과되지만, 개별 공시가격이 없고 시세도 명확지 않은 상가나 꼬마빌딩 등 비주거용 건물은 매입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토지 부분은 공시지가로, 건물 부분은 시가표준액으로 증여세 신고가 가능해 실거래가보다 낮게 증여세를 낼 수 있다"며 "같은 시세의 주택보다 절세 면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은 월 임대료가 꼬박꼬박 나오기 때문에 자녀가 경제력이 없더라도 증여를 받는 데 문제가 없다. 보통 부모가 상가를 사면서 받은 대출을 자녀에게 넘겨주는 방식의 부담부 증여를 많이 이용하는데, 이때 자녀는 경제력이 없어도 증여받는 부동산의 임대료를 받아 대출금액을 상환하는 방식으로 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일선 세무사나 은행 PB센터에는 증여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우리은행[000030] 안명숙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상가·꼬마빌딩 같은 수익형 부동산은 물건이 없어 고객들에게 추천이 힘들 정도로 인기가 많은데 일부는 몇 년 뒤 자녀에게 증여할 것을 염두에 두고 대출 비중 등을 조정해서 구입하기도 한다"며 "특히 정부의 대출과 부동산 관련 세제가 강화되는 추세여서 서둘러 증여를 하려는 경향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증여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원종훈 세무사는 "사전 증여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고, 공시가격 6억 초과 주택은 임대사업 등록을 해도 세제혜택이 없기 때문에 주택을 팔기보다 증여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며 "정부가 편법·불법 증여에 대한 단속 의지가 높아서 합법적으로 증여를 통해 절세하는 방법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YNAPHOTO path='AKR20180131025500003_03_i.jpg' id='AKR20180131025500003_0301' title='' caption='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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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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