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호텔 출근하는 장애인 "두려워 말고 도전하세요"

입력 2018-01-31 10:38   수정 2018-01-31 11:13

특급호텔 출근하는 장애인 "두려워 말고 도전하세요"
파크하얏트 부산 근무 현장…"단순작업도 확인·배려하는 마음이 중요"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청각장애인은 의사 전달이 잘못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에 취업을 두려워합니다. 저는 주변 사람 시선 신경 쓰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지난 30일 오후 2시 부산 해운대에 있는 파크하얏트 부산 지하 3층 인사부 사무실.
청각장애 2급인 신슬아(23·여) 씨가 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었다.

업무지시를 받은 신 씨는 자신의 책상에서 컴퓨터로 문서를 정리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2016년 8월 이 호텔에 입사한 신 씨는 오전 9시 30분에 출근해 제과제빵 부서에서 주로 반죽을 하고 오븐에서 빵을 굽기 전까지 보조업무를 하면서 4시간을 근무하며 식사 후 오후 2시부터 인사부에서 업무를 한다.
그는 대학 졸업 후 6개월 정도 구직활동을 하면서 우연히 호텔 공개채용을 보고 장애인고용공단 도움을 받아 취업에 성공했다.
마케팅부서에서 근무했으나 신속히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업무에 적응하지 못해 인사부로 이동했다.
신 씨는 상대방의 입 모양을 보고 알아듣는다.
그가 하는 말은 비장애인이 금방 이해하기 힘들지만 호텔 동료들은 1년 넘게 생활하면서 익숙해진 듯 쉽게 의사소통을 하는 모습이었다.
신 씨는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나면 말보다는 상대방의 행동을 보고 의도를 파악해야 하므로 호텔 업무를 못할 줄 알았다. 주변의 도움으로 계속 호텔에 다닐 수 있고 하얏트 직원에게 주어지는 1년 12박 무료 숙박 혜택 덕분에 4번이나 해외여행도 다녀왔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월급을 타면 부모에게 주고 용돈을 타 쓴다"는 그는 "무슨 일이든 어떤 일을 하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고 사회에 진출하려는 청각장애인도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과감히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같은 시각 지하 1층 주방에서는 지적장애 3급 김현수(36·가명) 씨가 감자를 자르고 있었다.
김 씨는 패스트푸드 업체에서 환경미화직으로 일하다가 지난해 11월 말 호텔에 입사했다.
그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하루 4시간 일을 한다. 허브 잎 따기, 토마토 꼭지 따기, 야채 다듬기 등 이곳에 있는 직원들과 똑같은 일이다.
김 씨와 함께 일하는 김병훈 주임은 "장애인과 같이 근무한 적이 없어 처음에는 걱정했지만 잘 적응하고 있다"며 "장애인 직원을 배려하는 등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호텔 8층에서는 지적장애 3급인 박수민(19·가명) 군이 동료와 함께 정전기 방지 작업을 하고 있었다.
30층 로비라운지 주방에서 만난 지적장애 3급 한상현(19·가명) 군은 손님이 먹은 그릇을 씻었다.
올해 특성화고를 졸업하는 두 사람은 지난 2일부터 호텔에서 하루 4시간씩 일하고 있다.
객실부에서 객실 손님이 요구하는 일이나 객실 물품을 관리하는 박 군은 "단조롭지 않고 다양한 업무를 하니 매우 재미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 군은 "누나 같은 선배들과 함께 일해 너무 행복하고 즐겁다"며 첫 직장생활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하루 8시간 근무를 원하지만 호텔 측과 장애인고용공단에서는 처음부터 일하는 시간이 길면 육체적으로 힘들 수 있어 3개월 지나 업무가 익숙해지면 8시간 근무를 판단하기로 했다.

민간기업은 상시근로자 대비 장애근로자 수 비율이 2.9%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장애인 의무고용률에 미달하는 곳은 고용부담금이 부과된다.
이 호텔은 장애인 의무고용률에 따라 장애근로자 7명을 채용해야 한다.
파크하얏트 부산에는 5명의 장애인(중증 4명, 경증 1명)이 근무하고 있다. 중증 장애인 1명을 채용하면 장애인 2명을 고용한 것으로 보는 기준에 따라 이 호텔에는 경증 장애인 9명이 근무하는 셈이다.
이지연 파크하얏트 부산 인사부장은 "장애근로자는 단순작업을 하더라도 다른 직원이 반드시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솔직히 회사 입장에서 장애인을 고용하는 것 자체가 힘든 건 사실이다"며 "처음에는 서로 오해하고 섭섭해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배려하는 방법을 배워 장애근로자들이 잘 적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장은 "장애인 직원을 채용하려는 다른 특급호텔이 우리 호텔을 방문해 벤치마킹해 가고 있다"며 "장애인과 비장애인 직원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는데 그런 과정이 없어 아쉽다"고 덧붙였다.
2016년 12월 기준으로 장애인 의무고용 대상 기관·기업 2만8천708곳에서 근무하는 장애인은 16만8천614명으로 장애인 고용비율은 2.66%로 나타났다.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관련법에 따라 공공기관은 3.2% 이상, 민간기업은 2.9% 이상이다. 이 가운데 중증 장애인은 4만646명이었다.
c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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