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토위 일정 중단…반대측 불참으로 회의 재개 불투명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이달 내로 '파이로프로세싱'(사용후 핵연료의 건식 재처리) 기술 연구개발(R&D) 사업을 지속할지를 결정하려던 정부의 계획이 무산됐다.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은 사용후핵연료를 연료로 재활용하기 위한 재처리 기술의 일종이다. 미국 아곤 국립연구소(지금은 아이다호 국립연구소에 통합)가 20여년 전처음 아이디어를 낸 이 기술에 우리나라도 1997년부터 6천700여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으나 성공하지 못했고 경제성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돼 왔다.
이 때문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작년 12월에 사업재검토위원회(이하 재검토위)를 꾸려 이 기술의 기술성, 안전성, 경제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연구를 지속할지를 결정하기로 한 바 있다.
31일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재검토위는 당초 1월말까지 파이로프로세싱 연구개발 사업 계속 추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현재 재검토위 활동이 사실상 중단돼 언제 결론이 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탓에 올해 책정됐던 파이로프로세싱 사업 예산 406억원도 당분간 묶일 것으로 보인다.
재검토위는 판단의 중립성을 위해 원자력 분야에 직접 종사하는 인사를 배제하고 물리·화학·기계·에너지·환경 등 분야 전문가 7명으로 구성돼 운영 중이다.
재검토위는 찬반측 패널로부터 각각 의견을 듣기로 했지만 반대 측 패널들이 운영상의 문제점을 들어 회의를 열지 않아 논의자체가 파행되고 있다.
찬성 측 패널은 원자력 분야 연구자들로 구성됐으며, 반대 측 패널은 에너지정책 연구자 및 탈핵단체 관계자가 포함돼 있다.
반대 측 패널은 과기정통부가 폐쇄적으로 회의를 운영하고 회의 내용과 관련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또 과기정통부 담당자가 이 사업을 수행하는 원자력연구원 사업단과 수시로 만나고 있다는 점을 들며, 과기정통부가 찬성 측과 유착돼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 22일 유영민 장관을 만나, 이런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열흘이 지나도록 회의 재개에는 전혀 진척이 없는 상태다.
반대 측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합리적이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재검토위가 운영되길 바란다"며 "이제 공은 과기정통부로 넘어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재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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