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기 美국고채 3% 돌파 위협…"안전자산 부각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 글로벌 금리가 급등하면서 위험자산 매력이 떨어지는 등 자산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선 10년 만기 미국 국고채 금리가 3% 돌파를 위협하고 있어 이런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 연 2.72%로 3%에 바짝 다가섰다. 이는 작년 말보다 31.5bp(1bp=0.01%p)나 오른 것이다.
한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도 전날 소폭 내렸으나, 지난달 30일에는 연 2.784%로 3년여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미 국채 금리급등은 경기 확장 사이클과 인플레이션 기대감 확대, 정책금리 인상 전망 고조 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갭(잠재와 실질 GDP 차이)은 지난해 3분기부터 플러스로 전환해 미국 경제의 뉴노멀 국면에서 벗어나고 물가압력도 점차 커질 가능성을 보였다"며 "여기에 세제개편안 통과와 대규모 인프라 투자확대 계획도 성장률과 물가 기대감을 높여준다"고 설명했다.
유럽과 신흥국 경기 역시 빠르게 정상화하고 있다. 이런 성장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기대감을 자극해 시중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미 정책금리 인상 횟수 전망도 2∼3차례에서 네 차례로 늘어났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한 우려와 달러화 약세가 금리를 자극했다"며 "달러 약세는 신흥국과 유럽 경기 호조, 원자재 가격 상승,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강화, 달러 유동성 증대로 순환한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최근 주식 등 위험자산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점도 금리 상승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작년 4월부터 10개월간 누적으로 26.2%나 상승했다. 지난달 다우지수 상승률은 5.5% 수준이다.
즉 시중 자금이 국채 등 안전자산에서 주식 등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는 그레이트 로테이션으로 금리가 뛰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미국 국채 금리가 더 올라 3%를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 세계 성장세 지속과 각국 통화정책 정상화 추진 등 금리 상승 요인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행보가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확산할수록 성장률 수준보다 시중 금리가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선임연구원은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2.8∼2.9% 가시권에 있어 추가 상승이 가능하며 정책금리는 현재 연 1.50%에서 올해 세 차례 인상하면 연말에 연 2.25%로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배당수익률이 2%대여서 10년물 금리가 3%를 돌파하면 위험자산 매력이 흔들리고 안전자산이 주목받을 수 있다"며 "10년물 금리가 3%를 넘어서면 시장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기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환 삼성자산운용 FI 운용팀장은 "미국 연준이 많이 오른 자산 가격 부담과 경기 호전을 인정하면 금리 인상에 나설 텐데 한은 역시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금리는 추세적으로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시중 금리가 좀 더 오르더라도 자산시장을 크게 훼손할 여지는 크지 않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소비자물가와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물가 수준을 소폭 웃돈다"며 "올해 성장률이 2.6%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 10년 만기 시중 금리는 상반기에 3%를 추세적으로 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시중 금리 상승이 주식 등 위험자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며 "금리가 최근처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 일부 과열 위험자산 가격이 단기 조정을 받을 수 있지만, 큰 폭으로 진행될 가능성은 작다"고 설명했다.
미국 금리 상승에도 달러화가 약세를 지속하고 신흥국 경기도 회복세를 보여 위험자산이 받을 충격도 크지 않다는 것이다.
박형중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달러화는 미국 경제 기초여건(펀더멘털)과 달리 약세 가능성이 있다"며 "주요 위험자산 가격은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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