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만건 이상 발생, 5년간 1천535명 숨져…주원인 '부주의'
한파 속 건조한 날씨 화기 사용 급증…"안전의식 제고 절실"
(전국종합=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건물 내에 불이 나면 자세를 낮춰 비상구로 이동하고, 엘리베이터는 이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1일 오전 청주시 상당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 화재 예방을 당부하는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예전 같으면 이른 아침부터 정적을 깨는 요란함에 불평이 나올 법도 하지만 얼굴을 찌푸리거나 싫은 내색을 하는 주민은 눈에 띄지 않는다.
주민 박모(49)씨는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대형 화재 뉴스를 접한 이후 남 일 같지 않아 불안감에서 이런 방송이 나오면 귀를 기울이게 된다"고 전했다.
최근 68명의 희생자가 난 충북 제천 '노블휘트니스 앤 스파'와 경남 밀양 세종병원 대형 화재 이후 달라진 모습이다.
잇단 대형 참사는 온 나라를 화마(火魔)의 공포에 휩싸이게 했다.
사람이 모이는 다중이용시설에서는 어김없이 화재 주의 방송이 나오고, 가정용 소방물품도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를 반면교사 삼아 소방안전 종사자는 물론 모든 국민이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고취하는 안전의식 개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소방청에 따르면 2013년 4만932건, 2014년 4만2천135건, 2015년 4만4천435건, 2016년 4만3천413건, 지난해 4만4천175건 등 해마다 전국에서 4만건 이상의 크고 작은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5년간의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1천535명, 부상자는 9천143명, 재산피해는 무려 2조1천946억여원에 달한다.
한 달밖에 안 지난 올해도 벌써 3천852건(하루 평균 124건)의 불이 나 45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사실 최근 2건의 대형 화재가 아니더라도 요즘 같은 겨울은 화재에 대한 주의가 각별히 요구되는 때이다.
적은 강수량에 대기가 메마르고, 개인 난방기 등 화기 사용이 늘어나는 탓이다.
최근 5년간 겨울철 화재는 5만8천932건으로 봄(산불, 임야화재 포함) 다음으로 많다. 화재 원인을 분석해보면 절반 이상이 화기 부주의로 인한 실화다.
이처럼 화재 위험도가 높은 계절인데 수많은 인명 피해를 동반한 큰불이 잇따라 발생하고, 지난달 25일 이후 전국 대부분 지역에 건조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대기는 점점 메말라가니 화재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이 최고조에 이른 것도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혹시 우리 집 또는 내가 있는 건물에 불이 나는 건 아닐까'하는 막연한 두려움은 유통가의 변화에서도 읽힌다.
온라인 쇼핑업체 '티몬'에 따르면 지난달 가정용 소화기 판매율이 전년 대비 148%나 급증했다.
또 다른 온라인 쇼핑업체 '위메프'에서도 휴대용 소화기와 화재감지기 등 화재 관련 용품 판매율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9%가 늘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불안감 확산을 긍정적으로 보고, 국민적 안전의식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주호 세한대 소방행정과 교수는 "안전시설 설치를 강화하는 소방법 개정 등 하드웨어적인 측면도 물론 중요하지만, 두 건의 대형 참사에서 알 수 있듯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모든 일에 앞서 안전을 우선시하는 생활습관이 뿌리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방서 등에서 실시하는 안전교육에 참여해 소화기 사용법을 익힌다든지, 평소 재난대비 요령 등을 충분히 숙지해 두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국민재난안전포털(www.safekorea.go.kr)은 재난 상황별 국민행동요령을 안내하고 있다.
jeon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