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법인 운영 세종병원 '사실상 사무장 병원'이었나

입력 2018-01-31 17:47   수정 2018-01-31 17:58

비영리법인 운영 세종병원 '사실상 사무장 병원'이었나
경찰, 안전 뒷전·수익 추구 등 운영형태와 문어발식 확장 배경 등 챙겨

(밀양=연합뉴스) 최병길 김선경 기자 = 화재로 190명의 사상자를 낸 경남 밀양 세종병원을 운영한 의료법인 효성의료재단의 문어발식 병원 확장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경찰은 비영리법인이 운영하는 형태를 띠긴 했지만 실제로는 병원이 환자 유치 등 수익 증대를 목적으로 한 '사무장 병원' 형태로 운영됐을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밀양시와 경찰 등에 따르면 효성의료재단은 이번에 불이 났던 5층 규모 세종병원과 바로 옆 세종요양병원, 국화원 장례식장을 운영하고 있다.
세종병원은 2004년 당시 의원으로 쓰이던 3층 건물을 증·개축해 현재에 이르렀고, 세종요양병원은 당시 숙박시설(여관)을 인수한 다음 병원으로 허가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밀양 관내에서 일반(급성기)병원과 요양병원, 장례식장을 모두 갖춘 곳은 효성의료재단이 유일하다.
이밖에 밀양시내 요양병원이 4곳이 더 있는데, 이 중 3곳은 요양병원만 운영하고 나머지 1곳은 장례식장을 함께 운영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효성의료재단의 경우 유일하게 한 장소에 '일반·요양병원-장례식장'을 모두 갖춰 지역 주민들이 많이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간 이동, 전원 절차 등이 편리했기 때문이다.
2008년 세종병원 허가를 받아 몸집을 불려온 효성의료재단은 세종병원 바로 옆 땅에 현재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 병원까지 신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효성의료재단의 2016년 매출은 74억1천만원가량으로 2008년 36억5천만원에서 껑충 뛴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환자 안전을 위해 마땅히 확보해야 할 각종 시설 마련에는 뒷전이었다.
환자들이 밀집해 있는 병원이지만 방화문이나 비상구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고, 중환자를 수용하고 있었음에도 무정전 시스템은 전무했다.
의료인 수 역시 늘어난 병상 수와 진료과목 수와는 대조적으로 현재 의사 2∼3명(필수 인력 6명), 간호사 수 7명(〃 36명)으로 제자리걸음을 유지했다.
사무장 병원의 전형이라고 의심되는 대목이다.
보통 의사가 아닌 개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한 뒤 고용한 의사 명의로 허가를 받아 편법으로 운영하는 병원을 사무장 병원이라고 통칭한다.
세종병원의 경우 의료법인이 병원을 세운 것이어서 그 자체로는 문제는 없지만, 사실상 그 운영 형태가 수익 추구를 주 목적으로 하는 사무장 병원과 유사하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사무장 병원은 수익을 늘리는 것이 핵심이어서 진료비 허위·과다 청구, 환자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 등 각종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어 그간 사회 문제로 지적돼 왔다.
경찰은 효성의료재단이 수익을 거둬 다른 목적으로도 사용했을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비영리법인이 운영하는 병원도 운영을 통해 난 수익을 병원에 재투자하도록 돼 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사무장 병원 형태로 운영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어 그런 부분들을 확인하고 있다"며 "현재 재단의 각종 세무회계 자료, 통장 등을 확보해 압수물을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ks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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