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클러 헤드 작동검사' 의무 없어…"1회용이라 작동검사 못하는 구조적 문제"
소방청 "작동검사 할 경우 물피해 등 부작용 우려"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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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소방당국이 화재발생 시 피해를 줄여주는 스프링클러 헤드의 실제 작동 여부를 사전에는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프링클러 헤드는 보통 건물 각층의 천장에 설치된다. 화재 때 작동 온도에 이르면 연결된 호스에 담긴 물을 외부에 뿌려 화재 진화에 도움을 주는 장비다.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유민봉 의원(자유한국당)실에 따르면 소방청장이 고시한 '소방시설 자체 점검사항 등에 관한 고시'에는 스프링클러 헤드 작동검사 항목이 누락돼 있다.
스프링클러 헤드가 점검사항에서 빠지다 보니 소방시설 점검 당사자는 이를 검사할 의무가 없는 것이다.
소방청은 작동검사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스프링클러 헤드를 직접 작동해 점검할 경우 물로 인한 피해 등 부작용 우려가 있다"는 답변을 보내왔다고 유 의원실은 전했다.
하지만 스프링클러 헤드 작동검사를 하지 않는 이유로는 이 설비가 '1회용'이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3년간 발생한 대형화재 현장에 설치된 스프링클러 헤드는 모두 재사용이 불가능한 1회용 스프링클러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 의원실 관계자는 "이는 구조적으로 스프링클러 헤드의 작동검사를 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소방청은 미리 작동검사를 하는 대신 제품의 불량률 검사에 의존해 스프링클러 헤드의 작동 여부를 가늠하고 있다.
소방청은 'KS Q 1003(랜덤샘플링방법)' 기준에 따라 검사를 신청한 제품 중에서 대상을 무작위로 택해 검사한 뒤 합격 여부를 판정하고 있다.
소방청은 스프링클러 불량률이 1.6%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는 현장에서 발생한 상황과 전혀 상반되는 주장이라는 게 유 의원실의 설명이다.
최근 3년간 대형화재가 난 시설 23곳 중 스프링클러 설치대상은 5곳이다. 실제 화재 발생 때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던 곳은 이 중 2곳(40%)에 불과했다.
유민봉 의원은 "스프링클러는 제대로 작동만 되면 인명피해를 4분의 3까지 줄일 수 있는 중요한 장비"라며 "지금이라도 국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스프링클러 헤드 검사방법에 대한 제도정비와 연구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소방안전협회가 작성한 '주택용 간이스프링클러 설비의 화재안전기준 개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시설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경우 화재 시 사망확률은 74%, 재산피해는 최대 3분의 2까지 줄일 수 있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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