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한국 독자들이 특히 사랑하는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60)의 첫 연애소설 '연애의 행방'(소미미디어)이 출간됐다.
이 소설은 일본에서 2016년 겨울 출간된, 작가의 비교적 최근작이다. 그의 작품 목록에서 이 소설이 두드러지는 점은 유일하게 살인사건 등 범죄 추리 요소 없이 남녀의 연애와 관계만을 다룬 작품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답게 이 연애소설에서도 긴장감과 미스터리 기운이 강렬하다. 어떤 범죄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소설은 아니지만, 달콤하고 촉촉한 감성 로맨스보다는 미묘한 심리 스릴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미스터리물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연작 소설 형식으로 한 스키장을 주요 무대로 8명의 남녀가 만나고 헤어지는 이야기를 7편의 에피소드로 펼쳐놓는다. 각각의 인물들은 여러 이야기에서 서로 스치고 얽힌다.
첫 번째 이야기인 '곤돌라'부터 아슬아슬한 긴장감으로 독자를 빨아들인다.
귀여운 여자 '모모미'와 함께 스키장 데이트를 온 '고타'는 그녀와 꿈꿔온 하룻밤을 보낼 생각에 들떠 있다. 그러나 부푼 마음도 잠시, 12인승 곤돌라에 함께 탄 일행 중에는 그의 약혼녀인 '미유키'가 있다. 고글과 마스크로 얼굴이 가려진 고타를 미유키는 알아보지 못한 듯하지만, 결혼을 앞두고 바람을 피운 사실이 들통날까 봐 전전긍긍한다. 게다가 미유키가 친구들과 나누는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를 알아보고 자백을 요구하는 듯한 뉘앙스마저 풍긴다. 그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두 번째 이야기 '리프트'도 인물들의 대화가 아리송한 진실게임을 보는 것처럼 흥미롭다.
한 호텔에 근무하는 동료 히다와 미즈키, 아키나, 마호, 쓰키무라가 스키장으로 함께 여행을 왔다. 이들은 4인승 리프트에 타기 위해 2명과 3명으로 여러 차례 나뉘는데, 한 리프트에 타지 않은 사람에 관해 셋이서 '뒷담화'를 하거나 단둘이 있는 경우에는 비밀 이야기를 나눈다. 히다는 바람둥이인 미즈키가 아키나를 유혹해 비밀 연애를 하는 것을 아는데, 미즈키가 또 순진하고 어리숙해 보이는 후배 마호에게 관심을 보이는 듯하자 마호에게 미즈키를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아키나는 미즈키와 사귄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숨기면서 미즈키의 바람기를 의심해 진짜 마호에게 관심 있는 것 아니냐고 떠본다. 그러다 그 모든 것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입장이던 히다가 스노보드를 신나게 타다가 일행과 떨어진다. 나머지 네 사람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뜻밖의 관계가 밝혀진다. 이들은 다시 히다에 관해 험담을 하고, 히다는 순식간에 웃음거리가 된다.
독자의 허를 찌르는 반전의 서사를 즐겨 쓰며 사람의 심리와 감정을 묘사하는 데 탁월한 작가의 장기가 이 소설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사람들의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묘한 경쟁심, "남자들의 불온한 속셈"을 예리하게 포착해 풍자한 지점은 블랙코미디처럼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양윤옥 옮김. 312쪽. 1만3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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