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시리아협상 러시아 하자는대로 수용…'반쪽짜리' 소치 회의에 힘 싣기
터키군 아프린작전 운명 쥔 러시아 의식한 듯 비판도 자제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시리아 사태에서 반군을 지원한 터키가 시리아정부의 후원자 러시아가 제안한 시리아 구상을 수용하며, 러시아에 힘을 실어줬다.
터키 외교부는 30일(현지시간) 러시아가 개최한 '시리아 국민대화 대표자회의'(이하 소치 회의) 종료 후 회의에서 합의한 '개헌위원회'에 참여할 후보 인사 50명 명단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터키정부는 "회의에 불참한 반정부 진영을 대표해 달라는 위임을 받았다"면서 "반정부 진영과 협의해 위원 후보 명단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러시아는 소치 회의에서 150명으로 구성된 개헌위원회 후보 풀(poo)을 구성하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소치 회의는 러시아 주도로 시리아 사태의 정치적 해법을 모색하는 장이다.
러시아에 따르면 시리아 각계를 대표하는 인사 1천393명이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
그러나 시리아 반정부 진영의 협상단 '고위협상위원회'(HNC)나 반정부 세력 협의체 '시리아국민연합(SNC) 등 핵심 반정부 세력이 소치 회의를 보이콧했다.
러시아 주도 협상은 유엔 주도 회담과 기존 합의를 약화하고,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정권에 유리한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반정부 세력은 회담을 앞두고 시리아·러시아군이 시리아 북서부 반군 지역 이들리브를 계속 공격하는 데에도 반발했다.
또 시리아 영토의 4분의 1 가량을 통제하는 쿠르드계는 터키군의 아프린 침공을 이유로 불참했다.
반면에 급진 좌파 테러조직 '혁명인민해방전선'(DHKP-C)의 전신 '인민해방전선'(THKP-C) 소속 지휘관이 참석했다고 터키 친정부 성향 매체 사바흐가 31일 보도했다.
소치 회의가 반정부 세력과 쿠르드 대표성을 결여한 채 시리아정부와 친(親)러시아 세력 위주로 반쪽 짜리에 그쳤지만 러시아는 자체적인 시리아 구상을 밀어붙였다.
러시아는 1천400명이 참석했다고 밝혔을 뿐 참석자 명단도 공개하지 않았다.
반군을 지원한 터키는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 반정부 진영의 위임을 받았고 개헌위원회 후보 명단도 반정부 진영과 협의했다고 밝혀, 대표성 문제가 없다는 러시아의 주장을 두둔했다.
러시아·시리아군의 이들리브 공격과 민간인 살상에 대한 비판 조차 자제했다.
터키정부는 "유엔이 개헌위원회를 설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혀, 유엔 주도 회담이 러시아의 시리아 구상을 추인하는 역할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에 일조했다.
러시아 제안을 그대로 수용하는 터키의 태도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이달 20일 시작한 터키군의 아프린 쿠르드 민병대 격퇴 작전은 이 지역 제공권을 가진 러시아가 반대하지 않아야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와 터키는 시리아내전의 적이었지만 지난해부터 동지 관계가 깊어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30일 전화로 소치 회의와 터키군의 아프린 작전 등 시리아 사태를 논의했다.
크렘린궁은 "두 정상이 소치 회의의 결과에 만족을 나타냈다"고 31일 밝혔다.
아울러 이날 통화에서 두 정상이 북서부 반군 지역 이들리브 '긴장완화지대'에 휴전 감시초소 설치를 서두르는 데 합의했다고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이 터키 대통령실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소치 회의가 "중요한 성취"이며, 회의에서 도출된 개헌위원회 설치안이 "가장 중요한 결과"라고 치켜세웠다.
한편 유엔은 소치 회의 제안대로 개헌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스테판 데 미스투라 유엔 시리아특사는 참여 기준을 정하고 45∼50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스투라 특사는 "힘겨운 일이 되겠지만 시리아 개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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