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낙마·트럼프 대북 경고…"더 강경파 오나" 촉각

입력 2018-02-01 03:43  

빅터 차 낙마·트럼프 대북 경고…"더 강경파 오나" 촉각
WP "대북 공격 준비 안되면 미 대사로 환영 못받는다는 암시"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주한 미국 대사로 내정됐다가 낙마한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의 지명철회 배경에 대북 선제공격을 둘러싼 이견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자 워싱턴에선 "후임으로 더한 강경파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며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30일(현지시간) 낙마 소식이 전해진 지 몇 시간 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통해 "안주와 양보는 단지 침략과 도발을 불러들일 뿐"이라고 대북 강경 메시지를 발신하면서 이러한 관측이 힘을 받는 분위기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31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국정연설에서 평소의 위협적 레토릭(수사)을 쓰진 않았지만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며 "더욱이 대북 선제공격에 대한 해법을 둘러싼 입장차로 차 전 내정자가 지명 철회됐다는 사실은 대북 공격에 준비돼 있지 않은 인사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주한 미 대사로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을 암시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아그레망(임명동의) 절차까지 완료된 상황에서 지명이 철회된 이례적인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대북 공격을 얼마나 심각하게 검토해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한미 간 군사적 협력은 여전히 견고하지만, 한국이 피하고 싶어하는 전쟁을 위협하는 미국의 전략은 한미 간 균열을 시도하려는 북한의 이간질 전략이 먹혀드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WP는 분석했다.
WP는 "갑작스러운 차 전 내정자의 지명철회는 국정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과 맞물려 트럼프 대통령이 한 국 정부 동의 없이 군사옵션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우려를 한국 정부 내에 증폭시킬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연설에서 외교 해법 언급을 하지 않은 것 자체가 대북 전쟁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복수의 관계자들을 인용, "한국 정부는 아직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이번 결정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한 상태로, 제대로 된 설명을 듣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국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차 전 내정자보다 더 매파인 인사를 찾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소식통도 "이번 낙마는 후임자 선정이라는 관점에서도 여러 가지를 걱정하게 한다"며 "대북 강경파로 알려진 차 전 내정자도 안된다면 어떤 사람이 적임이라는 건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CNN 방송은 이번 낙마 사태와 관련, 내막에 정통한 익명한 인사를 인용해 "일명 '코피 전략'(북한의 핵미사일 시험에 대응해 북한을 정밀 타격하는 것)을 둘러싼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 간 힘겨루기 사이에서 차 전 내정자가 애꿎게 볼모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차원도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북미 간 핵 충돌 우려가 고조되는 이때 중차대한 주한 미 대사 자리를 비워두는 것은 여러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하는 당혹스러운 조치"라며 "미국의 안보이익을 해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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