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서울=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민영규 기자 = 독일 극우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AfD)'소속 의원이 31일(현지시간) 연방 하원의 요직인 예산위원장직에 올랐다.
피터 뵈링어 AfD 의원은 이날 예산위원회에서 예산위원들을 상대로 한 투표를 통해 선출됐다.
예산위는 정부 결산안과 예산안을 심사하는 곳으로,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
예산위원장은 전통적으로 제1야당이 맡아왔다.
이에 따라 예산위원장은 사회민주당 몫이 될 것이었지만, 사민당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기독사회당 연합과 대연정 본협상을 진행 중이어서 제3당인 AfD에 기회가 돌아갔다.
하원에서는 원내 협상을 통해 위원장직을 배정받은 정당이 관례적으로 위원장을 임명해왔으나, 좌파당이 뵈링어 의원에 대한 거부요청서를 제출하면서 투표가 이뤄졌다.
좌파당은 뵈링어 의원이 과거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여성 및 이슬람에 대한 적대적인 글을 올려 예산위원장직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내고 반대표를 던졌다.
유럽연합(EU)의 긴급 구제를 비판하는 등 맹렬한 EU 회의론자인 뵈링어 의원은 메르켈 총리의 난민 수용 정책을 공격하면서 독일내 이슬람계 국민을 '나라의 큰 위험'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가 독일의 EU 정책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예산위원장에 오르면서 AfD가 반EU 견해를 표출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갖게 됐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적했다.
유럽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한때 금융 컨설턴트로 일했던 뵈링어 의원은 2010년대 초반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가 2차대전 후 소련의 침공을 우려해 해외에 보관해온 금괴를 자국으로 송환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이후 분데스방크는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등에 보관하던 금괴의 절반가량을 독일로 가져왔다.
AfD는 예산위원장 외에도 23개 위원장직 가운데 법사위와 관광위 위원장직을 배정받았다.
AfD는 지난해 9월 총선에서 12.6%(92석)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원내에 입성했다.
한편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인 지난달 28일 이후 처음 열린 이날 연방 하원에서는 아우슈비츠 생존자가 참석한 가운데 나치에 의해 희생당한 이들을 기렸다.
lkbin@yna.co.kr,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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