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의구심 커져…경쟁 아닌 협력 필요"
"미국은 중국을 경쟁자로 여겨선 안 된다…과장 멈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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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중국을 경쟁자로 언급한 데 대해 중국 관영언론 매체들이 1일 일제히 맹비난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와 글로벌타임스는 공동 사설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겨냥해 "자화자찬 대회였고 사람만 불안하게 했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들 신문은 구체적으로 "트럼프가 국정연설에서 중국을 세 차례 언급했는데 두 번은 말하는 도중 그냥 나온 것이고 나머지 한 번은 중국과 러시아를 경쟁자로 규정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 중국을 파트너이자 경쟁자로 규정했던 것과는 달라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전 세계가 나쁜데 미국만 운이 좋다는 게 글로벌 시대에서 가능한 일인가"라고 반문하며 "미국이 '공평 무역'이라는 핑계를 대지만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만 예외 적용을 요구하고 세계 각국에 조공을 요구하는 것이 미국이 원하는 세계 질서인가"라고 거칠게 공격했다.
두 신문은 "'위대한 미국'은 위협으로 재건될 수 없다"면서 "국제사회에서 미국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이는 미국의 지속 가능한 번영에 잠재적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민일보 해외판도 1면 논평에서 "국정연설에서 중국에 대한 언급이 별로 없지만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의 이익과 경제, 가치관에 도전하는 경쟁자로 규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미 행정부의 최근 전략보고서 등을 보면 미국의 대(對) 중국 전략에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북핵 문제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 보유에 따른 대미 위협을 강조하면서 용납하지 않겠다는 자세와 결심을 보여줬다"면서 "이는 최근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나타난 남북 관계 완화 추세에 큰 기대를 하지 않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별도 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공화당 의원들은 환호했지만 민주당 위원들은 지켜보기만 했다면서,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정치적 분열을 덮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인민망(人民網) 영문판도 사설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은 경쟁이 아닌 협력을 통해 강한 미국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적을 명확히 한 것은 미국이 여전히 과거 속에 갇혀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러시아를 경쟁자로 지목하면서 불량 정권과 테러집단과 함께 거론한 것은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면서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 전략'으로 과거에 회귀하기보다는 과거를 깨고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사회과학원의 류웨이둥(劉衛東) 미중 관계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 관계에서 더욱 많은 이득을 얻기 위해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텅젠췬(騰建群) 연구원은 "냉전시대 이래 미국은 전략적 경쟁자를 찾아왔는 데, 최근 미국의 보고서와 연설을 보면 중국을 조준하고 있다는 점이 명확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 카터센터의 중국프로그램 연구원인 류야웨이는 "미국의 경쟁주의 철학은 미중 간에 손실만 야기할 뿐이며 누가 최대한의 고통을 견딜 수 있는지 시험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허닝 전 중국 상무부 미주·대양주사장(司長)은 "미중 갈등에도 다자간 무역 규칙이 존재하기 때문에 양국 간 무역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양국은 무역 분쟁을 해결하기는 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국정연설은 중국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서 800여만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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