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베이 특수강 반년전 인수…자회사 회계장부에 이상 드러나
중국 정부 '혼합소유제' 정책 장려 속 "투자자들 더 조심스러워질 듯"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부채와의 전쟁'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 정부 방침에 따라 어려움에 처한 국유기업을 인수했던 사기업이 분식회계로 위기에 몰렸다.
이는 다른 국유기업의 구조조정이나 사기업으로의 지분 매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상장기업인 푸순 특수강은 전날 상하이증권거래소에 부적절한 회계처리가 있었다고 보고했다.
푸순 특수강은 회계장부 수치가 부정확해 2017년 손실을 기록할 수도 있으며, 상장폐지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푸순 특수강은 한때 국유 철강기업이었던 랴오닝성의 둥베이(東北) 특수강의 자회사다.
둥베이 특수강은 정부 보조금과 신용에 의존해 간신히 버티다 지난 2016년 70억 위안(한화 약 1조2천억 원)의 부채에 대해 10차례나 디폴트(상환 불이행)를 낸 끝에 결국 법정 관리에 들어갔다.
이에 정부의 '혼합소유제' 정책에 따라 중국 민영 철강기업인 사강(沙鋼)그룹이 지난해 7월 45억 위안(약 7천600억원)을 투자해 둥베이 특수강 지분 43%를 인수하고 지배주주가 됐다. 덩달아 자회사인 푸순 특수강 지분 38.22%도 소유하게 됐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3년 국유기업 개혁을 위해 사기업의 국유기업 지분 보유 허용, 국유·외국계 기업의 사기업 지분 보유 허용 등을 뼈대로 하는 '혼합소유제'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사강그룹은 둥베이 특수강을 인수한 뒤 구조조정을 진행했고, 랴오닝성 정부는 "파산법을 활용해 어려움에 처한 기업을 구한 대표적 성공사례"라며 추켜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6개월만에 둥베이 특수강의 자회사인 푸순 특수강의 분식회계가 드러나면서 사강그룹의 주식까지 선전거래소에서 거래가 중단되는 등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푸순 특수강은 실제 재고와 회계장부상 숫자가 얼마나 큰 차이를 보이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2017년은 물론 2016년 순손실로 장부를 고쳐써야 할 정도로 중대한 조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푸순 특수강은 2015년 1억9천700만 위안(약 334억원), 2016년 1억1천200만 위안(약 190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푸순 특수강에 이달 말까지 개선계획을 내놓을 것을 명령했다.
상하이증권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2년 연속 손실을 기록하면 자금조달과 주식 일일 가격제한폭 축소 등의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 3년 연속 손실을 기록하면 상장이 폐지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푸순 특수강이 손실 발표가 한 번에 그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얼마나 큰 규모일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투자자들은 앞으로 혼합소유제 정책에 따른 투자에 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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