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독립영웅 잡 장군 희화화…벌금형 받을 수도
(서울=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베트남에 거주하는 미국인 영어교사가 현지에서 영웅으로 추앙받는 인물을 희화화한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처벌받을 처지에 놓였다.
1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베트남에 거주하면서 현지 여성과 결혼해 베트남어도 유창한 대니얼 하우어가 지난주 페이스북에 베트남의 전쟁·독립영웅인 보 응우옌 잡 장군을 모욕하는 글을 올렸다.
당시 베트남은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자국 축구대표팀이 동남아시아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U-23(23세 이하) 챔피언십의 결승전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해 몹시 흥분한 상태였다.
이때 한 페이스북 이용자가 "베트남이 이기면 베트남 국기 문양으로 문신하겠다"는 글을 올리자 하우어는 잡 장군의 외모를 남성 성기에 빗대어 희화화한 농담조의 글을 올렸다.
영어교육 영상 등으로 하우어의 페이스북과 유튜브 계정에는 베트남인 팔로워가 많다.
이 때문에 하우어의 과한 농담이 급속도로 퍼졌고, 소셜 미디어에는 "하우어는 베트남을 떠나라"며 비난 글이 쇄도했다. 베트남 국영 TV에 이 문제가 보도되기도 했다.
잡 장군의 손자도 공개적으로 하우어를 비난하고 나섰다.
그는 "이 외국인의 모욕으로 그(잡 장군)를 사랑하는 수백만 명이 분노를 느꼈다"고 말했다.
이에 하우어는 "혐오감을 주는 농담을 했다"며 사과하고 "베트남 사람이나 (잡)장군을 모욕할 뜻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그 글에 대한 반응을 통해 교훈을 얻었다"면서 잡 장군의 가족에게 직접 사과하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베트남 당국은 하우어를 소환했다.
베트남에서 소셜 미디어를 이용해 반체제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처벌받는 것은 다반사이지만, 외국인이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 때문에 당국의 조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BBC방송은 현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하우어가 경고를 받거나 약 47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하우어는 기관이나 개인의 존엄과 명예를 모욕하는 온라인 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2013년 제정된 관련 법의 적용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https://img.yonhapnews.co.kr/photo/etc/epa/2013/10/05/PEP20131005086001034_P2.jpg)
'붉은 나폴레옹'으로 불리는 잡 장군은 프랑스, 미국과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끈 인물로 베트남에서 국민적 존경을 받고 있다.
베트남전에서 패한 미국 언론조차 한때 그를 '생존하는 20세기 최고의 명장'이라고 불렀을 정도다.
2013년 잡 장군이 별세했을 때 성대한 장례식이 거행됐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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