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무대 복귀작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영화를 하면서 짧은 호흡에 익숙해졌는데 오랜만에 연극을 하면서 다시 긴 호흡의 연기를 배우고 있는 것 같네요."
'천만배우' 황정민이 연극 '리차드 3세'로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리차드 3세'는 황정민의 소속사이자 황정민의 부인 김미혜씨가 대표로 있는 '샘컴퍼니'가 2016년 '로미오와 줄리엣'에 이어 두 번째로 제작하는 셰익스피어 연극이다.
6일 개막을 앞두고 1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 연습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황정민은 "고전극은 어렵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관객들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고전극인 것 같아 '리차드 3세'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연극에 뿌리를 두고 시작한 연기지만 영화에 전력하느라 무대에 서는 것은 2008년 '웃음의 대학' 이후 10년 만이다.
오랜만에 돌아온 무대에 대해 황정민은 "영화를 하면서는 찍을 때만 집중해서 찍다 보니 짧은 호흡에 익숙해져 긴 호흡으로 연기하는 걸 잊어버린 것 같았다"며 "연극을 하면서 다시 긴 호흡의 연기를 배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맡은 타이틀롤 '리차드 3세'는 척추장애인(꼽추)에 못생긴 얼굴과 말라 비틀어진 듯 움츠러든 왼팔, 곱사등을 가진 신체 불구자다. 연기하는 내내 몸을 구부리고 팔을 비튼 채 움직여야 한다. 모든 배역을 상대하는 데다 대사 분량도 엄청나다. 또 권모술수에 능한 인물로 이중적인 모습을 오가며 연기해야 해 쉽지 않은 역이다.
그만큼 연습량도 많을 수밖에 없다. 함께 하는 베테랑 배우들 역시 '질릴' 정도로 황정민이 지독하게 연습에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엘리자베스 왕비'역으로 출연하는 김여진은 "아무도 황정민이 연습실에 도착하고 가는 걸 본 적이 없을 만큼 항상 가장 먼저 연습실에 와서 가장 나중에 나가는 배우"라고 말했다. '에드워드 4세'역의 정웅인 역시 "연습벌레여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번 훈련이 앞으로 (황정민이 하는 영화의) 화면에 투영될 것 같다"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이번 연극은 한 명의 배우가 공연 기간 내내 자신의 배역을 소화하는 '원캐스트'로 진행된다. 한 배역을 두 명의 배우가 번갈아 맡는 더블캐스트는 물론이고 한 배역에 각각 3명과 4명의 배우가 배정되는 트리플캐스트, 쿼드러플캐스팅까지 등장하는 요즘 공연계에서는 눈에 띄는 대목이다. 원캐스트는 특히 스타 배우가 출연할 경우 스케줄 조정 문제로 쉽지 않지만 원캐스팅 역시 황정민이 고집해 이뤄졌다고 한다.
황정민은 "요즘은 원캐스트를 신기해하지만, 연극에서는 원래 그래야 한다"면서 "브로드웨이에서도 원캐스트를 하는데 우리만 신기하게 트리플·쿼드러플 캐스트까지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배우 스스로 몸 관리까지 스스로 다 해내야 하지만 그것까지 관객에 대한 배우의 책임"이라며 "팀간의 호흡 역시 원캐스트만이 가질 수 있는 에너지"라고 덧붙였다. 공연은 6일부터 3월4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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