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앱으로 접근…건강식품·화장품 4∼5배 비싸게 떠넘겨
<YNAPHOTO path='AKR20180201184200004_01_i.jpg' id='AKR20180201184200004_2801' title='청년들이 불법 다단계 업체에서 교육을 받는 장면' caption='[서울시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군복무를 마치고 일자리를 알아보던 20대 청년 A씨는 채팅앱으로 비슷한 또래 여성 B씨를 만났다.
백화점 명품판매장 직원으로 일한다고 자신을 소개한 B씨는 같은 백화점에서 보안직으로 일하던 남자직원이 군대에 갔다며 A씨에게 보안직 일자리에 지원해보라고 권유했다.
월 220만∼250만원을 받을 수 있고, 법인카드가 나오는 등 근로 조건도 좋다는 말에 현혹된 A씨는 B씨를 통해 이력서를 제출했다.
면접 후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도록 짐을 싸오라는 소식에 들뜬 A씨를 맞이한 것은 불법 다단계 업체의 합숙소였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취업을 미끼로 20대 청년들을 유인해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한 불법 다단계 판매조직 대표 등 8명을 적발했다고 2일 밝혔다.
이 업체는 서울 내에 본사·교육장을 두고 합숙소를 5곳 운영했다. 2016년 3월부터 1년 2개월간 60명에게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을 판매했는데, 판매가가 공급가의 4∼5배에 이르렀다. 다단계 업체가 챙긴 부당이득은 5억원가량이다.
업체 소속 판매원은 취업이 고민인 청년에게 백화점 보안직처럼 "좋은 일자리가 있다"는 미끼를 던졌다.
청년들이 합숙소에 들어오면 3일간 밀착 교육을 통해 월 1천만원을 벌 수 있다며 기대감을 심었다.
다단계 업체는 1천만원 어치 물건을 사야 판매원이 될 수 있다며 청년들에게 대출 1천500만원을 받도록 유도했다. 대출을 받을 때까지 외부와 연락을 감시하고, 외출 때는 선임 판매원과 반드시 동행하도록 하는 등 심리적 압박을 가했다.
업체는 청년들이 제2금융권 대출 심사를 통과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등 청년들이 대출받는 과정에도 적극 관여했다.
결국 판매원으로 가입하게 된 청년들은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또 다른 신규 판매원 모집에 나서야 했다. 그러나 사업 구조상 신규 판매원 유치와 직급 승급이 어려웠기에 대부분이 빚만 지고 판매원 활동을 그만뒀다.
다단계 조직을 빠져나온 청년들은 원금과 높은 이자를 갚기 위해 공장에서 일하거나 막노동에 나섰다. 지인을 판매원으로 끌어들였다는 자책감에 큰 고통을 겪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시는 "취업을 미끼로 유인하지 않으면 다단계 판매원 모집이 어렵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계속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며 "채팅앱으로 접근해 좋은 취업자리가 있다고 유인한다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로 불법 다단계 업체 대표 등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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