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시범케이스로 증권거래소 자격제한에 여론 악화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스위스 연방정부가 유럽연합(EU)과 시장 접근에 관한 양자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EU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에 착수한 뒤 EU 비회원국인 스위스를 영국에 '시범 케이스'로 다루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 스위스에서는 EU에 대한 여론도 나빠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DPA통신 등에 따르면 이냐치오 카시스 외무장관은 지난달 31일 각료회의 후 언론 브리핑에서 올 초로 예정돼있는 시장 접근에 관한 EU와의 양자협상 기한을 지키게 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EU는 스위스의 가장 큰 시장이다. 수출의 55%, 수입의 75%를 EU에 의존한다.
스위스는 EU와 수많은 협정을 맺어 EU 회원국에 준하는 자격으로 EU와 교역해왔지만, 양측은 이런 협정을 대체할 새로운 협약을 논의해왔다.
카시스 장관은 봄까지 협약을 체결하자는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의 요구에 "스위스가 결정한 게 아니다. EU 내에서 결정된 일이다. 우리는 4월까지 마무리할 수 있는 협약 내용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U는 스위스가 EU 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는 대가로 단일 시장을 통제하는 EU의 법을 따르고 분쟁이 생겼을 때는 유럽사법재판소의 재판을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스위스 최대 정당인 국민당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국민당은 반이민 정책을 내세우면서 EU 시민권자의 스위스 이민에도 쿼터를 두자는 안을 놓고 국민투표를 추진해 성사시키기도 했다.
스위스 내 보수적인 여론은 EU에 사법적 판단을 맡기는 것에 반감을 보이면서 브렉시트 협상 결과를 지켜보자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EU는 지난해 말 스위스를 조세회피 감시국 명단에 올려놓은 데 이어 증권거래소 동등지위도 1년만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하는 등 스위스를 압박했다.
동등지위를 잃으면 EU 투자자들이 스위스 증권거래소에서 빠져나가게 되고 국내총생산의 9.1%를 차지하는 스위스 금융산업의 타격도 불가피해 도리스 로이트하르트 당시 대통령이 "명백한 차별"이라며 EU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카시스 장관은 "타이밍보다 중요한 건 내용"이라면서 "스위스에 해로운 것은 40년이 걸리더라도 결코 내각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U는 스위스의 반발이 거세자 별도 중재기구를 만드는 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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