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국에 유럽행, 관광 일정만 빼곡…전남 지방의원 외유 극성

입력 2018-02-02 14:57   수정 2018-02-02 15:15

AI 시국에 유럽행, 관광 일정만 빼곡…전남 지방의원 외유 극성
'국외연수 끝판왕' 전남도의회 1월에만 3차례 일본·중국행

(전남=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전남 지방의원들의 임기 말 외유가 정점을 찍었다.
시·군 의회를 대표하는 의장들은 도내 가금 농가, 공무원들이 조류인플루엔자(AI)와 사투를 벌이는 와중에 유럽 관광지를 섭렵하고 있다.



2일 전남 시·군의회 의장회에 따르면 의장회 연수단 30명은 지난달 26일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다.
오는 4일까지 9박 10일간 영국,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를 다녀오는 일정이다.
12개 의회 의장이 각각 공무원 1명을 대동했다.
2곳에서는 의장을 대신해 의원이, 1곳에서는 공무원이 참여했다.
22개 시·군 가운데 7곳만 불참했다.
의장 1인당 480만7천원, 동반 공무원 1인당 422만2천원이 예산으로 책정됐다.
유럽 선진 의회를 벤치마킹하고 국제적인 안목을 키워 의정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연수라고 의장회는 설명했다.
일정은 이런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공식 일정은 런던·파리·루체른·로마 등 지방 의회 방문을 빼고는 여행사 패키지 관광이나 다름없다.
버킹엄 궁전, 에펠탑, 개선문, 융프라우, 두오모 성당, 폼페이, 바티칸, 트레비 분수 등 열거하기에도 벅찰 만큼 유명 관광지 방문이 빼곡하다.
여행사 측은 융프라우 정상의 만년설 감상을 위해 '방한복과 선글라스는 필수'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숙소는 지역별 4성급 호텔을 기준으로 했다.
임기를 5개월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외유성 연수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연수에 불참한 한 기초의회 의장은 "의장회로 의장 1인당 연간 400만원의 예산이 배정된다"며 "연수 성격이나 내용을 차치하고 다음 임기 의장들을 위해 200만원은 남겨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전남 의장회는 지난해 7월에도 10박 12일간 미국과 캐나다를 순회했다.
지방의원들의 임기 말 해외 연수는 '형님 먼저, 아우 먼저'를 다투는 모양새다.
전남도의회는 지난달 3건의 해외 연수, 국제교류 일정을 소화하는 강행군을 보였다.
운영위원회는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 가고시마 현을 다녀왔다. 고향세 도입에 따른 국외 사례 연구가 목적이었다.
기획행정위원회는 마을공동체 정책개발을 명분으로 3박 4일간 일본 도쿄를, 의장·부의장·상임 위원장 등 의장단은 국제교류를 위해 3박 4일간 중국 장시성을 다녀왔다.



전남도의회는 지난해에만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발리, 미국 하와이, 일본,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등 연수를 추진해 '혈세로 세계 일주'라는 비난을 받았다.
전남 한 지자체 공무원은 "이번 겨울 전국 농가 AI 16건 중 11건이 전남에서 발생했다"며 "축산 업무 담당뿐 아니라 모든 공무원이 방역 초소에서 밤샘근무를 하면서도 다른 지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실정에 외유에만 열중하는 지방의원들이 집행부를 감시할 자격이나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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