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식장 업계도 '부익부 빈익빈'…대형 성업·중소규모 폐업

입력 2018-02-04 07:30  

예식장 업계도 '부익부 빈익빈'…대형 성업·중소규모 폐업
울산 결혼 감소에 불경기 겹쳐도 성업 예식장 임대로 연 51억까지 솟아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결혼 건수 감소세에다 불경기까지 겹친 울산에서는 예식장 업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하다.
인지도가 높고 규모가 큰 소수는 호황을 누리지만, 중소형 예식장은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다가 폐업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4일 지역 예식장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구의 예식장 2곳이 문을 닫아 울산에서는 모두 10곳의 예식장이 영업 중이다. 한때 20곳에 육박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결혼을 기피하거나 미루는 경향이 뚜렷한 데다, 지역 주력산업 침체에 따른 불경기까지 겹쳐 결혼 건수가 현저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울산시에 따르면 혼인신고 건수는 2013년 7천998건, 2014년 7천674건, 2015년 7천483건, 2016년 7천6건으로 뚜렷한 감소세다.
2013년과 2016년 건수만 보면 3년 만에 비율로는 12.4%, 건수로는 992건이 줄었다.
그러나 이런 불리한 환경이 모든 예식장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편리한 시설이나 뛰어난 접근성을 갖춘 대형 예식장은 별 어려움을 모른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실제로 울산에서 가장 성업 중인 예식장으로 꼽히는 울산시설공단 소유의 종합운동장 컨벤션웨딩홀(현 울산MBC컨벤션)은 지난해 신규 사업자 선정 때 연간 51억1천만원의 임대료에 낙찰됐다.
올해 하반기부터 10년간 웨딩홀을 임대한 이 업체는 총 510억원상당의 거액을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일반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낙찰금액이 발표되자 '잘 되는 예식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인식이 퍼지기도 했다.

업계로 진입하려는 시도 역시 계속되고 있다.
3월에는 도심 상권이 밀집한 남구 삼산동 주상복합건물의 대형 뷔페가 운영되던 자리에 예식장이 새로 문을 연다.
다른 사업자는 현재 영업 중인 남구의 한 예식장을 임대한 뒤 리모델링해 영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업체는 중구가 관리하는 동천강변 야외 물놀이장에서 휴장기인 봄과 가을에 야외 결혼식장을 운영하겠다고 중구에 제안한 상태다.
울산 진출을 노리는 부산의 한 뷔페업체가 북구 진장동에 예식장 신설을 추진 중이라는 소문도 파다하다.
포화상태에 가까운 환경에서 신규 업체의 진입 시도가 이어지면서 출혈 경쟁과 이를 둘러싼 신경전이 빚어지기도 한다.
한 예식장이 '다른 업체 예약을 취소하고 오면 1인당 식대 1천원을 할인한다'는 이벤트를 내걸자, 경쟁 업체들은 '상도의에 어긋나는 행태'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절대적인 결혼 수요는 줄었지만, 인기를 끄는 상위 업체로 자리 잡으면 큰돈이 된다는 인식이 있는 듯하다"면서 "소수의 잘 되는 예식장은 호황을 누리고, 중소형 예식장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구조가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hk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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