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개국 자원봉사자, 이틀간 '한국 예법' 교육받고 4일 현장 투입
(원주=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올림픽에 참여하는 모두가 여러분의 자원봉사 활동에 크게 의존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평창올림픽의 첫인상이나 다름없습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일주일 앞둔 2일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에서는 외국인 및 해외 체류 한국인 자원봉사자를 대상으로 한 조직위원회의 교육이 진행됐다.
오전에는 외국에 거주하다가 자원봉사를 하러 잠시 귀국한 한국인 241명, 오후에는 세계 62개국 출신의 외국인 671명을 상대로 교육이 이뤄졌다.
평창, 강릉 등에는 이미 많은 한국인 자원봉사자가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교육에 참여한 900여 명은 이틀간 교육을 받고 4일 현장에 투입된다.
자원봉사자는 20∼30대가 대다수지만, 나이 지긋한 참가자도 적지 않았다. 교육 참가자 대부분은 1일 한국 땅을 밟았다고 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영상을 통해 자원봉사자가 평창올림픽의 첫인상을 좌우할 것이라며 "여러분이 성공적인 대회 개최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범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이 인사말 도중 미국, 일본, 캐나다 등 자원봉사자들의 출신 나라를 언급하자 해당 국가 출신들이 휘파람을 불며 환호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자원봉사자들이 평창의 강추위를 두려워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이틀 뒤면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이다. 아직 추운 것은 사실이지만 점차 따뜻해질 것"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교육은 자원봉사의 의미와 역할을 설명해 참가자들의 책임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평창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 소개도 있었다.
한국식 예법을 배운 맨 뒷줄의 한 중년 서양 남성은 실습 삼아 혼자 자리에서 일어나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다소 어눌한 말투로 "안녕하세요?"라고 중얼거리기도 했다.
자원봉사자 중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독일인 카이 리케르(30)는 태어난 직후 뇌가 산소를 원활히 공급받지 못해 두 다리를 정상적으로 쓸 수 없게 됐다고 한다.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았지만, 자원봉사를 향한 열정을 식히지는 못했다.
일본인 대학생 나가오 아키라(23)는 2015년 8월부터 1년간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1년간 교환학생을 하며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나가오는 강릉의 스피드스케이팅장 안내원 역할을 배정받을 예정이다.
일본에서도 봉사활동을 많이 해봤다는 그는 "마음 같아서는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경험을 살려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에서도 자원봉사를 하고 싶지만, 최근 일본항공(JAL)에 취업해 앞으로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참가자 중에는 예외적으로 이미 현장에 투입돼 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들에게 지급된 빨간 복장을 한 채 교육을 받으러 온 사람도 있었다.
브라질 여대생인 리지아 프레데리코 파에스 디소자(21)는 지난달 26일 입국해 지난 며칠간 IOC 위원 등이 묵는 호텔에서 안내원으로 일했다.
평창에서 혼자 택시, 버스를 몇 번이나 갈아타고 원주까지 왔다는 그는 "한국인들이 친절해서 아무 문제 없이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2년 전 고국에서 열린 리우올림픽에서도 자원봉사를 했다는 디소자는 최근 일각에서 나온 주장과는 달리 평창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특별한 애로점을 느끼지 못했다고 전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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