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새 100여개 글 올라와
(서울=연합뉴스) 채새롬 기자 =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부에서 겪은 성추행을 폭로한 이후 국내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서 검사가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한 지 나흘째인 1일 국내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인 '블라인드'는 '미투' 게시판을 신설했다. 블라인드는 "직장에서 성희롱이나 성추행 경험이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매일 겪고 있는 '현실'임을 우리 모두가 자각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며 게시판 오픈 취지를 밝혔다.
이 게시판은 생긴지 하루 만인 2일 벌써 100개가 넘는 폭로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들은 노출을 우려해서인지 회사 이름은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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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이용자는 전날 '생리 참아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에서 "수습기간 오전에 생리가 터져서 버티다 생리대를 숨겨서 들고 가니 그런 건 좀 참았다가 이따 할 수 있지 않냐는 말을 들었다"며 경험을 털어놨다.
또 다른 이용자는 "스타킹 신고 다니면 다리가 예뻐서 만져보고 싶단 얘기를 들었다"며 "내가 떡하니 있는데도 뒤에서 음담패설을 하고 야동 얘기를 하더라"고 털어놨다.
"XX씨가 따라주는 술이 가장 맛있더라, 우리 간접 뽀뽀한 건가"라는 말은 너무 만연해서 문젯거리조차 안 된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여자는 크리스마스 케이크(24일까지 가치가 높다가 25일이 지나면 가치가 떨어지는 크리스마스 케이크처럼 25살이 지나면 여성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라는 농담은 어느 회사나 꼭 있는데 엄연한 성희롱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말도 있었다.
같이 출장 간 상사에게 "오빠 심심하다. 오빠랑 스트립바 갈까? 옆에 여자가 있어야 재밌다"는 문자를 받았다거나 좋아하는 선배를 모텔에 데려다 주고 성폭행을 당했다는 경험에는 십수개의 위로 댓글이 달렸다.
다른 사용자들은 "흔할 거라 생각은 했지만 진짜 흔해서 씁쓸하다", "그동안 신경쓰지 않은 이슈였는데 반성해야겠다", "힘내라는 말도 못하겠다"며 공감을 표하고 있다.
한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승무원 격려 행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박 회장은 매달 첫째 주 목요일 오전 7시 30분께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본사에서 당일 비행을 앞둔 승무원 등을 격려하는데 악수·포옹·반말 등이 성희롱·성추행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srch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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