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공정선거' 약속…야당지도자 돌에 맞는 등 혼선도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작년 11월 아프리카에서 로버트 무가베 전 대통령의 독재정치를 끝낸 짐바브웨가 대선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신화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신임 짐바브웨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인 프리스킬라 치굼바는 1일(현지시간) 취임식에서 올해 대선을 공정하게 치르겠다고 강조했다.
치굼바 위원장은 "선거관리위원장으로 국가에 봉사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자유롭고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선거를 짐바브웨 국민에게 약속한다"고 말했다.
고등법원 판사였던 치굼바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에머슨 음난가그와 대통령에 의해 선거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이에 앞서 지난달 음난가그와 대통령은 올해 7월까지 대선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짐바브웨 정부가 대선 채비에 들어감에 따라 국제사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무가베 전 대통령은 1980년 총리중심제의 초대 총리에 오른 뒤 37년간 장기집권하다가 작년 11월 군부 쿠데타에 의해 권좌에서 물러났다.
오랫동안 정치적 자유를 경험하지 못한 짐바브웨가 얼마나 선거를 민주적으로 치를지 물음표가 붙는다.
최근 음난가그와 대통령의 행보를 볼 때 대선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대선 시기를 '7월까지'로 못 박은 점이 긍정적이다.
그동안 일각에서는 음난가그와 대통령이 장기집권을 위해 대통령 선거를 미루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음난가그와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세계경제포럼(WEF) 참석차 스위스 다보스에 머물던 중 "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결과를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달 19일에는 "공정한 선거를 원한다"며 유엔(UN)이 대선을 참관하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음난가그와 대통령이 민주적 선거를 바라는 국제사회 시선을 크게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
무가베 전 대통령의 축출 이후 다양한 정치세력의 목소리가 커진 상황에서 혼란도 나타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야당인 '민족국민당'(National People's Party) 대표인 조이스 무주루가 지난 1일 짐바브웨 수도 하라레에서 뺨에 돌을 맞고 그녀의 지지자 10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통령을 지낸 무주루는 올해 대선에서 음난가그와 대통령의 경쟁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정치인이다.
민족국민당은 "무주루 대표가 집회 연설을 위해 이동하던 중 공격을 당했다"며 "그녀가 차에서 내려 사람들에게 인사했을 때 집권당인 '짐바브웨 아프리카 민족동맹 애국전선'(ZANU-PF) 활동가들이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최근 짐바브웨 야당들은 유권자들이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하는 과정에서 누군가에 의해 등록번호를 알려달라고 강요당하는 등 불공정 사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짐바브웨 정부가 정국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선거의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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