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권한남용 문건' 공개, 러시아 스캔들 특검수사에 '맞불'(종합)

입력 2018-02-03 13:24  

'FBI 권한남용 문건' 공개, 러시아 스캔들 특검수사에 '맞불'(종합)
문건 "FBI, 잘못된 '트럼프 X파일' 근거로 감시영장"…트럼프 반격 본격화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김아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정으로 2일(현지시간) 공개된 하원 정보위원회 기밀문건은 지난해 대선에서 연방수사국(FBI)이 정치적으로 편파적 수사를 하고 감시 권한을 남용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문건에는 FBI가 재작년 해외정보감시법(FISA)에 따라 트럼프 캠프의 외교 고문이었던 카터 페이지를 감시하기 위한 영장을 법원에 신청할 때 민주당이 제공한 잘못된 정보를 활용해 감시 영장을 받았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잘못된 정보란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정부의 내통 의혹에 대한 수사를 촉발한 이른바 '트럼프 X파일'을 지칭한다.
이 파일에는 미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이 러시아 정보기관과 내통했다는 정황과 지난 2013년 트럼프 대통령의 모스크바 방문 당시 촬영됐다는 섹스 테이프에 관련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파일 제작과 유포 과정에 힐러리 캠프와 민주당전국위원회(DNC)가 뒷돈을 댔다는 워싱턴포스트(WP) 보도가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문건의 작성자도 영국의 전직 스파이라는 점이 널리 알려지면서 신뢰성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이날 공개된 하원 문건은 영장 신청의 근거로 제시된 'X파일'이 클린턴 캠프와 민주당의 자금을 갖고 영국 전직 스파이가 제작한 문건이란 사실을 FBI가 감시 영장 담당 판사에게 제대로 알렸더라면 판사가 영장을 승인하지 않았을 것이란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러시아 내통 스캔들 특검 수사가 정권의 정통성을 겨냥한 것이라면, 이번 문건 공개는 러시아 스캔들 수사의 정통성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일종의 '맞불'인 셈이다.
데빈 누네스 하원 정보위원장의 감독 아래 정보위 관계자들이 작성한 이 4쪽 분량의 문건은 "(권한)남용으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법절차가 고장 났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말부터 트위터 등을 통해 "힐러리와 민주당이 돈을 댄 틀린 문건이 트럼프 캠프를 염탐하는 데 사용됐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반복해온 것도 심상치 않다. 사실상 문건 공개를 일찌감치 예고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의 정통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FBI와 법무부 등 사법기관의 신뢰성을 통째로 뒤흔들면서 큰 정치적 파장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로버트 뮬러 특검이 이끌어온 러시아 스캔들 수사는 큰 고비를 맞게 됐다는 분석이다.
X파일을 단초로 시작한 FBI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이어받은 특검수사는 트럼프 캠프 출신 인사들을 일부 기소하고 이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시도할 계획이지만, 트럼프 대통령 측과 공화당이 이처럼 초강수로 정면 승부를 걸고 나오면서 특검의 향후 행보도 쉽지만은 않게 됐다.
미국 언론은 이번 문건 공개를 반대했던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과 뮬러 특검을 임명한 로드 로즌스타인 법무부 부장관의 사퇴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이런 관측의 바탕에는 이제 막 집권 2년 차에 접어든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문건 공개를 계기로 FBI와 법무부의 물갈이를 통해 새로운 인적 기반을 구축하려 할 것이란 분석이 깔렸다. 그는 이날 오전에도 트위터에서 FBI와 법무부의 수뇌부가 민주당에 유리하게 수사절차를 정치 쟁점화했다고 비난했다.

레이 국장은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레이 국장은 이날 FBI 직원 3만5천 명에게 보낸 내부 편지에서 "확실히 말하겠다. 나는 우리 임무에 완전히 전념하며 여러분과 함께한다"며 물러날 뜻이 없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번 문건이나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말은 쉽다. 여러분이 하는 일은 지속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로즌스타인 부장관도 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라즈샤 백악관 부대변인은 "법무부에 변화는 없을 것이며, 우리는 로즌스타인이 부장관직을 지속하기를 기대한다"고 CNN에 전했다.
워싱턴 정가에 기반이 없었던 정치 신인인 트럼프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법무부와 FBI의 고위관료들을 반개혁 세력인 '딥 스테이트'로 지칭하면서, 이들이 정부 기밀을 유출하고 '러시아 스캔들'을 조작했다고 주장해왔다.
'딥 스테이트'는 국가 정책과 정치를 왜곡하고자 막후에서 나쁜 영향력을 행사하는 숨은 기득권을 뜻하는 용어로, 트럼프 대통령 측에서 보는 딥 스테이트의 대표적인 유형은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FBI와 법무부의 기존 고위직들과 얼마 전까지 여당이었던 민주당 인사들이 '한통속'이라는 생각을 공공연히 드러내 온 게 사실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신주류가 강력한 반격에 나서면서 공화당 대 민주당, 백악관 대 특검 등의 대립 구도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런 대립은 생사를 건 싸움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대면조사 압박을 받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러시아 특검수사 등에서 밀리면 탄핵까지 걱정할 정도로 정치적 기반이 약한 게 사실이어서 사활을 걸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역시 정권을 내주고 의회에서도 소수당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초반부터 트럼프 대통령에 기선을 잡히면 임기 내내 끌려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특검에서 러시아와 트럼프 캠프의 공모 혐의가 발견되면 탄핵 정국으로까지 확대를 노려볼 수 있지만 반대의 결과가 나오면 역풍에 휘말릴 수도 있다.
민주당 측은 문제의 문건이 특검 수사의 권위를 약화하려는 의도로 공화당에 유리한 내용을 선별한 것일 뿐이라고 반발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하원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애덤 시프(캘리포니아) 의원은 이번 문건이 "매우 민감한 기밀 정보를 잘못 묘사했다"며 이를 공개한 것이 "정보기관과 법 집행기관에 장기적인 피해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lesl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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