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대형마트 설 선물세트 판매 두자릿수↑…재래시장은 "남 얘기"
(서울=연합뉴스) 정열 강종훈 정빛나 기자 = 설 연휴를 보름가량 앞두고 정부가 발표한 각종 경제지표는 나쁘지 않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사뭇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1월 소비자물가가 안정됐다지만 서민들이 애용하는 김밥, 짜장면, 라면, 소주 등의 외식물가는 크게 오른 데다 수출 호조 등에 따른 혜택은 일부 대기업에 국한됐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16.4% 인상에 따른 외식물가 도미노 인상과 국제유가 고공행진으로 인한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 상승세는 향후 소비자물가 불안과 서민 가계의 부담을 가중할 주요인으로 꼽힌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0% 오르는 데 그쳐 1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언뜻 보기엔 물가가 안정된 것 같지만 이는 지난해 1월 농축수산물 가격이 기록적으로 올랐던 데 따른 기저효과라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지난해 1월에는 사상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 창궐로 계란값 등이 폭등했을 뿐 아니라 '최순실 사태' 여파로 인한 국정공백 사태로 사실상 정부의 물가관리 기능이 마비된 상태였다.
김윤성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다른 요인도 있지만 농축수산물 물가 하락 폭이 큰 것은 기저효과 영향이 가장 크다"며 "원화 강세, 최저임금 인상 영향은 1월 물가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지난달 물가 역시 기록적으로 높았던 1년 전 물가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여전히 살림살이가 팍팍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실제로 2일 오후 서울 중랑구 우림시장에서 만난 주부 함모(60·여)씨는 "정부나 뉴스에서는 계속 물가가 안정됐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하는데 피부에 전혀 와 닿지 않는다"며 "갈수록 사는 건 팍팍해지는데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만 해서 뉴스를 보기 싫을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월 수출액도 492억1천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반도체, 기계, 유화 등 일부 업종의 선전에 힘입은 것이어서 서민들이 체감하는 내수경기와는 거리가 있는 수치였다.
이처럼 수치로 나타나는 경제지표와 서민 체감경기 사이의 괴리 현상은 유통가에서도 나타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이 설 선물세트 본 판매를 시작한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1일까지 선물세트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15.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마트 업계 1위 이마트가 지난해 12월 28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진행한 설 선물세트 사전 예약판매 매출도 작년 동기보다 25.5%나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청탁금지법 개정 등의 영향으로 5만∼10만원 선물세트 매출이 크게 늘면서 전반적인 매출 호조세를 이끈 것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개정으로 농축수산물 선물 상한액이 10만원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선물세트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이 매출 호조세의 주원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설 선물세트 판매 호조세와는 달리 서민들이 많이 찾는 재래시장 상인의 상당수는 설 대목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우림시장의 한 축산물 점포 상인은 "김영란법 개정으로 한우 판매가 늘어날 거라고 하던데 우리는 오히려 주문량이 작년 설의 반토막"이라며 "마트나 백화점과 다르게 우리같은 소매상들은 물량을 소량만 취급하므로 선물 구성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통해 선물을 주고받는 계층도 주로 중산층 이상이 많고 저소득 취약계층은 이런 혜택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간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현대경제연구원 김천구 연구위원은 "반도체 등 일부 대기업들은 호황이지만 수출이 주력인 중소기업들은 원화강세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서민들도 경제지표 호전을 실생활에서 체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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