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리포트> 아마존 제2 본사 콘테스트에 담긴 '제프의 천재성'

입력 2018-02-03 14:00  

<실리콘밸리 리포트> 아마존 제2 본사 콘테스트에 담긴 '제프의 천재성'
북미 238개 도시 상세 정보 입수, 엄청난 홍보 효과, 반 아마존 감정 불식
최종 후보지 3∼4개로 추릴지, 발표 언제 있을지에 미국인 관심 집중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아마존의 제2 본사 유치 전략이 최근 실리콘밸리의 최대 이슈다.
자신들이 필요해 사옥을 지으면서 이를 미국은 물론, 캐나다와 멕시코 등 북미 모든 대도시가 참여하는 콘테스트장으로 만든 기발한 전략 때문이다.
건설 투자비 50억 달러(5조 원)와 5만 개의 새 일자리 창출이라는 미끼로 단숨에 238개 대도시의 관심을 장악해 버렸고, 이를 다시 20개 후보 도시로 간추려 발표하면서 또 한 번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제프 베저스 최고경영자(CEO)의 천재성에 '역시 제프'라는 탄사가 쏟아졌다.
뒤늦게 애플과 페이스북, 구글 등이 우리도 다른 지역에 제2 사옥을 짓겠다거나, 대규모 데이터 센터와 연구개발단지를 건설하겠다고 나선 것은 아마존의 이번 제2 본사 유치 전략이야말로 '가장 실리콘밸리다운 창의적 사업 아이디어'임을 인정했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도대체 아마존은 이 도시 콘테스트를 통해 어떤 부가적 이득을 얻었거나 얻게 될까.
먼저 도시 선정과정에서 아마존은 미국과 캐나다의 거대 도시들이 가진 귀중한 정보를 모두 손에 넣었다.
238개 도시가 응모하면서 저마다 현재 가진 인적자원의 실태, 시민들의 삶의 질 수준, 대중교통 수단 접근성, 세제 혜택과 같은 활용 가능한 인센티브 등을 상세히 아마존에 제출했다.
어디서도 얻기 힘든 생생 정보를 아마존은 이번 콘테스트를 통해 앉아서 꿀꺽한 것이다.
이 자료는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전통 시장까지도 모두 삼켜버릴 태세인 아마존이 사업 확장 전략을 세울 때 매우 유용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또 아마존의 차기 물류 창고, 서비스 센터, 연구개발 사무실 등을 선정하는 데도 참고자료로 활용될 게 분명하다.
CNN은 "수십 개의 도시들이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팽창하는 회사의 레이더망에 자진해서 들어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피츠버그 비즈니스 스쿨의 라비 매드헤이븐 교수는 "비록 이번에 제2 본사로 선정되지 않는다 해도 이들 도시는 기꺼이 아마존 경영진 앞에서 자기네 시의 장점을 확신시키려고 노력할 것"이라며 "제2 본사가 아니더라도 아마존의 다른 것을 유치할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마존 공공정책 담당 책임자인 홀리 설리번 역시 "이번 과정을 통해 우리는 미래 인프라 투자와 고용 창출을 위한 장소를 물색할 때 매우 값지게 쓰일 새로운 도시들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됐다"고 인정했다.
정보 이외에도 아마존은 이번 콘테스트로 값을 매기기 어려운 엄청난 홍보 효과를 얻었다.
앨라배마주 버밍햄은 아마존 제2 본사 유치를 위해 시내 곳곳에 대형 아마존 배달 박스를 설치하고 시민들의 대시 버튼 누르기 행사를 통해 얼마나 버밍햄 시민들이 유치를 갈망하는지를 아마존 측에 보여주려 애썼다. 캔자스시티의 슬라이 제임스 시장은 아마존 웹사이트에서 1천 개의 상품을 무작위로 선정해 별 다섯 개짜리 리뷰 글을 올렸다. 애리조나주 투손시는 베저스 CEO에게 거대한 선인장을 선물했다. 시카고시는 유력인사 600명으로 유치위원단을 결성했다.


이 모든 것이 연일 기사화됐다. 돈 한 푼 안 들이고 이런 엄청난 홍보 효과를 얻을 방법이 또 어디있을까.
그러나 무엇보다도 아마존의 가장 큰 소득은 아마존에 대한 미국 정치권과 국민의 경계심과 질시를 일정 정도 허물어 버린 것이 아닐까 싶다.
실리콘 밸리 대기업들이 미국 증시의 시가 총액 1∼6위를 장악할 만큼 모든 부가 실리콘밸리로 쏠리는 것에 대해 타지역 미국인들은 은근한 질투심과 "왜 나눠주지 않느냐"는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미국 최대 유기농 식품 체인인 홀푸드를 인수한 아마존이 식품업계를 초토화하면서 미국 국민은 장차 아마존을 통하지 않고는 어떤 것도 먹을 수 없고 입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던 시기에 아마존의 제2본사 유치 발표가 나왔다.
지난 미국 대선 때 베저스 CEO가 소유한 워싱턴 포스트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날 선 비판에 화가 난 트럼프는 베저스를 '탈세자'라고 부르면서 반독점법으로 아마존을 망하게 하겠다는 투의 극언까지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8월에도 "아마존이 세금을 내는 소매상들에게 큰 해를 끼치고 있다. 미국 전역의 도시와 주들이 상처받고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비난했다. 트럼프의 공적 1호가 베저스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베저스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가려워하는 지점인 미국 고용 창출 증대의 맨 앞에 서 있다. 그는 지난해 봄에는 "2018년까지 미국에 10만 개의 새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면서 미전역에서 취업박람회를 열기도 했다.
베저스 CEO가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이 두려워 그의 비위를 맞추려고 이러는 것일까.
실리콘밸리의 한 한인 스타트업 대표는 "베저스는 트럼프뿐 아니라 많은 미국인이 '아마존으로 인해 미국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면서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트럼프가 아니라 아마존을 통해 제품을 사는 소비자들, 즉 미국민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미국인이 가진 반 아마존 감정을 불식시키면서 아마존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제2 본사 유치 콘테스트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것이다.
아마존이 지난달 19일 선정한 20개 도시 가운데 또 3∼5개로 최종 후보지를 압축할 것인지, 아니면 곧바로 제2본사 예정지를 발표할 것인지, 그 시기는 언제가 될 것인지가 지금 실리콘밸리를 넘어 많은 미국민의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의 천재성이 놀랍다 못해 전율마저 느껴진다.
kn020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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