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과 교황청이 주교 임명문제에 대해 수개월 내 공식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홍콩 명보(明報)가 3일 보도했다.
이 같은 합의는 1949년 신중국 건립 이래 단절된 지 69년 된 중국과 바티칸 간 외교관계 수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신문은 중국과 교황청 간에 줄곧 이견을 보여왔던 주교 서품 절차에 대한 협의 준비를 끝내는 등 급진전되며 수개월 내 공식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교황청은 특히 최근 중국 천주교 지하교회의 주교 2명이 중국의 관영 천주교 애국회 주교들에게 교구를 넘기며 '양보'를 했지만 이를 통해 중국 내 주교 서품에 개입할 여지를 확보했다.
바티칸의 한 고위소식통은 "앞으로 교황청은 중국 내 주교 서품 협의 과정에서 발언권을 갖게 될 것"이라면서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결코 위대한 합의는 아니지만 교황청은 앞으로 10∼20년 내 중국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알지 못하고, 심지어 더욱 악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천주교는 중국 내에서 여전히 '새장 안의 새'이겠지만 새장은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 우리는 앞으로 새장을 1㎝라도 더 키우기 위해 전력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바티칸의 관계가 공식화되면 교황청은 중국내 1천여만명에 달하는 지하 가톨릭 신도들을 합법적으로 챙길 수 있게 된다. 중국에서 교세를 확장 중인 개신교에도 맞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가톨릭은 교황청 인가를 받은 지하교회 신도 1천50만명과 중국 관영의 천주교 애국회 신도 730만여명으로 나뉜다.
중국 외교부는 이에 대해 "중국은 줄곧 바티칸과 관계 개선을 위해 진지하게 노력해왔다"며 "바티칸측과 상관 원칙에 따라 계속 건설적인 대화를 진행하며 양자 관계를 개선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 교황청이 중국 정부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중국이 자선자성(自選自聖) 원칙에 따라 독자 임명한 주교 7명에 대한 파문을 철회하고 정식 성직자로 승인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교황청은 또 중국 당국 몰래 서품한 산터우교구 좡젠젠(莊建堅·88) 주교와 민둥교구의 궈시진(郭希錦·60) 주교에게 퇴임과 함께 천주교 애국회 소속의 주교들에게 교구를 양위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 한 바티칸 소식통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국 문제에 매우 관심이 크다"며 "좡·궈 주교를 위해 별도의 성직을 안배하도록 했으며 '두 주교가 자신들이 교회를 위해 더 큰 희생을 했음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과 바티칸의 수교시 바티칸과의 단교가 불가피한 대만도 사태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대만 외교부 리셴장(李憲章) 대변인은 "대만은 교황청와 중국의 대화 및 교류 추이를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양측의 협상은 현단계에서 교회업무 의제와 관련된 것일 뿐 정치적 문제와는 별다른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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