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얀마 정부가 구성한 조사단이 사상 최악의 유혈사태 와중에 희생된 로힝야족 집단무덤 5곳이 있다는 AP통신의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3일 미얀마 관영 일간 '더 글로벌 뉴 라이트 오브 미얀마'는 라카인주 관리들과 경찰관, 의사, 마을주민 등 17명으로 구성된 자체 조사단이 로힝야족 집단 무덤이 있다는 부티다웅의 구 다르 핀 마을을 방문했지만 집단 무덤을 찾지 못했고 주민들도 모른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앞서 AP통신은 방글라데시 난민촌에 머무는 로힝야족 난민 20여 명의 증언을 통해 구 다르 핀 마을에서 민간인 학살과 암매장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이것이 제노사이드(집단학살)의 증거라고 보도한 바 있다.
증언자 중 하나인 누르 카디르는 "칭롱(세팍타크로와 유사한 게임)을 하기 위해 편을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총격이 시작됐다. 15명의 친구 중 나와 다른 한 명만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라진 친구들은 며칠 후 2개의 집단무덤에서 반쯤 파묻힌 상태로 발견됐다. 그들의 얼굴은 화학물질로 인해 타거나 총탄을 맞아 터져 있었다. 반바지 색깔을 보고 간신히 그가 친구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생존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이런 방식으로 미얀마군에 의해 살해된 로힝야족 주민의 시신이 묻힌 집단무덤은 5곳에 이른다고 AP통신은 덧붙였다.
구 다르 핀 마을에서만 큰길 가에 3곳, 언덕에 있는 묘지 인근에도 2개의 대형무덤이 있었다고 주민들은 증언했다.
또 생존자들은 미얀마군이 지난해 8월 27일 마을에 들어오면서 총과 칼, 로켓 발사기, 수류탄 등 무기뿐만 아니라 시신을 묻기 위한 삽과 시신의 신원을 확인할 수 없도록 얼굴과 손발을 태우기 위한 화학물질도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얀마 조사단은 완전히 다른 주장을 폈다.
조사단은 현장 방문 이후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과 500여 명의 로힝야족 주민이 합세해 치안 유지에 나선 정부군을 공격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사단은 또 "테러범과 주민들이 막대기와 농기구 등을 이용해 공격하자 정부군이 방어 활동을 했고, 이 과정에서 19명의 테러범이 죽고 일부 정부군 병사들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당시 충돌은 반테러법에 따라 경찰에 정식으로 신고됐고 테러범의 시체는 매장 처리됐다고 조사단은 강조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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