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올림픽이 끝난 이후 경기장 활용법을 고민하는 평창에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러시아 소치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상이다.
독일 DPA통신은 3일(한국시간) 빙상·컬링·아이스하키 경기장 등이 몰려 있던 소치 올림픽공원이 사실상 방치된 실태를 현지 르포 형식으로 보도했다.
소치올림픽 아이스하키가 펼쳐졌던 볼쇼이 아이스돔은 지금 아이스하키 클럽팀의 홈구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인들과 아이스하키 경기를 직접 뛰기 위해서도 종종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그러나 현지인의 증언에 따르면 1만2천석 규모의 볼쇼이 아이스돔은 올림픽 이후 관중이 가득 들어찬 일이 거의 없다. 딱 한 차례 매진사례가 있었는데, 아이스하키 경기가 아니라 세계적인 그룹 보니엠(Boney M)의 공연 때였다고 한다.
나머지 경기장들은 원래 용도를 살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인 아들레르 아레나에는 테니스 프랑스오픈 우승자 출신인 예브게니 카펠니코프가 테니스 훈련센터를 열었고, 컬링경기장인 아이스큐브 컬링센터에서는 코미디 쇼가 열린다.
애초 소치 올림픽공원의 빙상장 중 세 곳은 해체한 뒤 다른 도시로 옮길 예정이었으나,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것으로 드러나 백지화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개회식·폐회식이 열린 피시트 스타디움은 그나마 올 여름 러시아 월드컵축구대회 경기장으로 활용되지만, 월드컵 이후 사용 계획은 결정되지 않았다.
올림픽공원 부근의 도핑검사 센터는 주인이 바뀌어 술을 판매하는 바(bar)로 사용되고 있다. 이 바에서는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금지약물로 지정한 '멜도늄' 등을 이름으로 붙인 칵테일을 판매한다.
설상종목 경기장 중에도 스키점프 타워는 사용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러시아는 소치올림픽을 준비하는 데 500억 달러(약 54조원)가 넘는 거액을 쏟아부었다.
DPA통신은 "4년 전 러시아는 가장 비싼 올림픽을 개최했다"면서 "이런 물량공세는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겸손한' 방식의 대회 준비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줬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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